게임 업계가 게임 질병화 시도를 반대하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기호 11차 개정판(ICD-11) 의견 수렴 사이트를 통해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신설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고 29일 밝혔다.
WHO는 최근 공식 사이트 내 ICD-11 관련 페이지를 열고 개인, 단체 등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견 수렴 과정을 진행해왔다.
협회는 이번 의견 전달을 통해 게임이용장애를 규정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임이용장애는 각 전문가들의 합의가 배제된 주제로 의학계나 심리학계 등 명확한 결론이 현재까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공존장애(Comorbidity)’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게임이용장애의 근거로 제시되는 연구결과들은 대부분 내・외부 복합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대표 증상으로 제시되는 우울, 불안장애, 충동조절장애의 경우 공존장애 비율이 높아 기타 장애가 게임의 형태로 나타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단 기준과 절차가 불투명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새로운 질환을 공식화하기 위해서는 질병 분류 시스템 상 임상실험에 충분한 기간이 필요하나 WHO가 ICD-11에 게임이용장애를 포함하게 된 절차가 불투명하며 해당 이슈에 관한 사전 연구나 관련 자문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협회는 “특히 ICD-11에 게임 과몰입 관련 내용을 포함토록 권장했던 ‘주제 자문 그룹’이 WHO에 제출했어야 하는 최종 보고서도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게임이용장애가 질병 코드로 등재될 경우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와 청소년까지 질환자로 분류되거나, 범죄자가 범죄의 원인을 게임으로 돌리거나 사회적 의무의 회피에 게임을 악용하는 등 오용 가능성을 우려했다. 도덕적 공황으로 인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하는 부작용도 함께 거론됐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 협회장은 “게임이용장애는 이용자의 성향이나 특성, 사회문화적 영향 등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나 WHO는 게임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게임을 바라보고 있다”며 “과학적인 명확한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진단 기준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만큼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를 ICD-11에서 삭제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그간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WHO에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