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금융협력센터(가칭) 설립지로 태국 수도 방콕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가 물망에 올랐지만 확정된 건 아니다. 정책시행에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설립까지 기한이 남은 만큼 전후 사정을 고려해 장소를 확정지을 전망이다.
[방콕] 인도차이나 ‘센터’…韓정부와 관계정상화 필요
22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신(新)남방정책 국외 컨트롤 타워 장소를 모색 중이다. 현재로선 방콕과 자카르타가 유력하다. 앞서 베트남 수도 하노이도 거론됐지만 금융감독원 사무소가 있기 때문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이미 국내 컨트롤 타워인 ‘특위’가 있어서 후보명단에서 빠졌다.
후보로 지목된 두 지역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우선 방콕은 인도차이나 반도 한 가운데에 있다. 항공 교통 중심지라서 주변국가로 발을 넓히기 좋다는 평이다. 센터와 현지 국제기구 간 협업도 가능해진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도 상대적으로 진출이 덜한 태국시장이 개방되기를 원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다만 과거 IMF외환위기 당시 태국 정부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이 모두 철수하는 바람에 그 ‘앙금’이 남아있다. 양국 간 관계정상화가 과제로 남아있다. 자본금 기준이 높아 우리 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것도 흠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태국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는 3개다. 베트남(52), 인도네시아(25), 미얀마(21)에 비해 부진하다.
[자카르타] 주아세안대표부 ‘러브콜’…진출 쏠림·침수·행정수도 이전 ‘잡음’
다른 후보인 자카르타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1차 간담회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자카르타에는 아세안 회원국 협의체인 아세안사무국과 우리 정부가 세운 주 아세안 대표부가 있다. 이 곳에 센터를 세우면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아세안 공무원과의 네트워크 활성화도 기대해볼 수 있다. 주 아세안 대표부가 성과를 내달라고 특위에 설립요청을 해온 것으로도 전해진다.
자카르타도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이미 많은 금융기관이 진출해 있어서 ‘쏠림’현상이 지적됐다. 이런 상황에 현지 진출을 용이하게 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반박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리적 한계도 있다. 자카르타는 섬이다. 따라서 주변국 확장에 불리하다. 또한 나라가 물에 잠길 처지에 놓이자 행정수도를 이전키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수도를 이전한 마당에 센터를 설립하는 게 가당치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연구원 “아직은 미정…원점서 재검토”
한-아세안 금융협력센터 설립 방안 연구 용역을 맡은 금융연구원은 센터 설립 지역에 대해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에는 이미 컨트롤 타워(신남방특위)가 있기 때문에 현지 컨트롤 타워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우선순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장소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정책)이 잘 되는 곳에 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