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선이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현 대통령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에 불만을 품은 야권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면서 경찰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CNN 등 현지 언론이 이날 선거감독위원회(Bawaslu)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발생한 부상자 17명이 자카르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부디 끄물리아안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파흐룰 W. 아르비 병원 국장은 “이날 오전 6시15분까지 환자 17명이 들어왔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중 파르한 샤페로(30)란 이름의 현지인 남성은 등에 총을 맞은 상태로 실려 와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파흐룰 국장은 “이 밖에 종아리와 손, 어깨 등에 총상을 입어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은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총을 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경찰청의 데디 프라세툐 대변인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들이 총상을 입은 경위와 사용된 총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시위 현장에 배치된 군경에게는 실탄과 화기가 지급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야권의 대선 불복 시위를 악용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경고해 왔다.
현지 테러단체나 과격 성향의 야권 지지자들이 반정부 폭동을 유발할 목적으로 시위대에게 총격을 가한 뒤 경찰의 소행으로 덮어씌우려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데디 대변인은 "간밤에 발생한 폭동에도 제3 세력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실제, 경찰은 이달 초 야권의 대선 불복 집회 현장을 공격하려던 이슬람국가(IS) 연계 현지 테러단체 '자마 안샤룻 다울라'(JAD) 조직원 8명을 검거하거나 사살하고 고성능 폭발물과 총기 등을 압수했다.
전날 저녁에는 퇴역 장성과 현직 군인 등이 총기를 휴대한 채 대선불복 집회 현장에 들어서려다 적발돼 체포되기도 했다.
이날 이른 오전 Bawaslu 인근에서는 야권 대선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의 지지자 수백명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시위대는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며 진압을 시도하는 경찰에 맞서 화염병과 폭죽, 돌 등을 던지며 투석전을 벌였고 주변 가게와 차량 등을 불태우기도 했다.
앞서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KPU)는 전날 새벽 조코위 대통령이 55.5%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프라보워 후보는 44.50%를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프라보워 후보는 정부, 여당이 개표조작을 비롯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선거 불복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