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취파일을 시사저널이 공개했다. 국정농단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대화 내용은 판결에 중요한 쟁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은 23일 최씨와 정호성 전 비서관,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 사이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입수해 추가로 공개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2013년 6월 박 전 대통령의 중국 연설에 중국어를 넣으라고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했다.
최씨가 청와대 내부 회의와 국회 법률개정·예산안까지 챙긴 정황도 포착됐다. 녹취파일에서 최씨는 “대수비(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때 각 분야를 체크한 뒤 소상히 문제점들을 올려라”라고 조언했다.
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최씨는 국정 운영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7일 시사저널이 첫 번째로 공개한 녹취파일에 의하면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이 취임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최씨는 주도권을 쥐고 지시한다. 당시 정부의 국정 기조였던 ‘경제부흥’ ‘미래창조’는 최씨의 입에서 나왔다. 최씨는 “경제부흥을 일으키기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을 일단 넣자”며 “경제부흥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의 키를 과학기술과 IT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주력하겠다.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떤가”고 피력한다.
녹취파일이 공개되면서 재판 기조는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검찰의 주장을 줄곧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씨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등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최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 부회장으로부터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또 영재센터와 미르·K스포츠 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출연금 744억원을 지급하게 해 뇌물수수 등의 혐의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날 박 전 대통령, 최씨, 이 회장을 둘러싼 국정농단 사건을 한꺼번에 심리했다. 해당 사건 선고는 이르면 내달 초 열린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