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4개월째 공전 중인 가운데 여야3당 원내대표가 ‘호프’ 회동을 가졌음에도 경색국면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과 별개로 당 차원에서 또 한 번의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주 후반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 추도식이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부시 미국 전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번주(5월20일~5월24일) 초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호프’ 회동을 기점으로 국회 정상화에 대해 논의를 수차례 가졌으나 결론을 맺지 못했다. 한국당은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의 강행 처리에 대한 사과와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은 사과나 유감 표명을 전제로 한 국회 정상화는 안 된다고 받아쳤다.
앞서 민주당은 여야 합의로 5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27일 추경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민생법안 심사 등을 진행하고, 늦어도 6월 12일까지 추경을 처리하는 시간표를 야당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당은 재해추경에 한해 조건 없이 논의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에 중재자로 나선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각 당 내부의 백가쟁명식 요구를 모두 담을 순 없다며 전권을 가진 원내대표 간 담판으로 국회 정상화 문제를 풀자고 제안했다.
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국회 정상화와 관련해선 원내지도부에 전권을 주기로 한 점, 오는 주말 한국당 집회가 끝나면 장외투쟁이 사실상 종료된다는 점을 들어 다음주 초가 국회 정상화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음 달에나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겠나”라면서 “한국당에서는 사과를 요구하며 복귀할 명분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이대로면 6월 임시국회도 그냥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말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킬 생각이 있다면 청와대가 어느 정도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명분을 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와 함께 바른미래당의 내홍도 이어졌다.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주장하는 바른정당계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의 요구에 따라 이번 주 두 번의 임시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
손 대표는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명이 요구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 반대' 최고위 의결 등의 안건을 일괄 거부하며 임시회 소집을 거듭 요청하는 이들 위원을 비판했다. 이에 오 원내대표를 비롯한 퇴진파들은 손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안건 상정을 거부하는 데 대해 당헌·당규 위반으로 규정했다.
주 후반에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기리는 추도식이 열렸다.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 등 유족과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조지 워싱턴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 민주당 이인영·바른미래당 오신환·민주평화당 유성엽·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추도사를 맡은 부시 대통령은 한국에서의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고 민주주의가 확산돼 모두를 위한 기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통일 한국의 꿈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인권에 헌신한 대통령, 친절하고 따듯하신 분,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신 대통령’이라고 표현했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 등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삶을 기리며 그의 정치적 가치와 철학을 되새기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바른미래당도 논평에서 노 전 대통령의 삶은 지역주의와 권위주의를 깨뜨리고, 우리 정치를 변화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이었다고 회고했다.
평화당과 정의당도 각각 논평을 내고 노 전 대통령의 꿈꾸던 나라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다만 한국당은 이날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추도식에도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대신 조경태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참석시켰다.
한국당 측은 이날 추도식에 황 대표가 마땅히 참석해야 하나 진행중인 민생투쟁대장정의 일정으로 불가피하게 참석할 수 없게 됐다며 이에 대표단을 참석시켜 예를 표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