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없는 여야 대치에 국회 파행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최종 합의문에 담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 문구를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자유한국당은 당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막말 릴레이에 논란에 휩싸였다. 황교안 대표는 ‘삼사일언’(세 번 생각하고 말하라)을 언급하며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여야는 지난달 말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시작으로 국회 정상화 논의에 돌입했다. 하지만 합의점은 찾지 못한 상태다. 특히 합의문에 담길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방향 문구를 두고 민주당과 한국당의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려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합의처리 원칙‘을 제안했지만 한국당은 ’합의처리‘를 고수하는 중이다. ’노력한다‘ ’원칙으로 한다‘는 등의 말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어 합의처리를 명시적으로 약속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7일까지 결론 나지 않을 경우 단독으로라도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해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많다”고 전해 민주당 단독 소집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이주 주말 3당 원내대표 회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원내 관계자는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원내대표 간 통화는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합의점이 맞춰지지 않은 상태인데 만나서 회동을 한다고 일이 진행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국회 정상화가 요원한 가운데 한국당은 최근 핵심 당직자들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들로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한선교 사무총장은 최고위 회의 이후 백브리핑을 위해 바닥에 앉아 대기 중이던 기자들을 에둘러 지나가면서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만”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 사무총장은 기자들의 취재환경이 열악해 고생한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6일에는 ‘세월호 막말’로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은 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빨갱이’라고 발언해 질타를 받았다. 차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을 언급한 사실을 두고 “반(反)국가적, 반헌법적 망언”이라며 “우선 입 달린 의원 한 명이라도 이렇게 외쳐야 한다.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당은 민경욱 의원의 ‘(헝가리 침몰사고) 골든타임은 3분’, 정용기 정책위의장의 ‘김정은이 문 대통령보다 더 낫다’는 발언 등으로도 비난을 산 바 있다.
황교안 대표는 같은 당 의원들을 향해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는 최고위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에 맞서 싸우려면 한국당부터 잘해야 한다”며 “또다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이 나온다면 참으로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막말 정치와 관련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황교안 대표와 핵심 지지층인 보수 기독계 코드 맞추기”라면서 “내년 총선 때 친황계 공천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황 대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하고 공격이 들어오면 일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명진 전 의원에게 3개월의 당원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게 무겁다고 할 수 있나. 5‧18 망언 의원들은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며 “황 대표의 속마음이 어디 있는지를 여기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