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봉 서훈 두고 의견 ‘분분’…“독립유공자 포상 기준 재논의 필요”

김원봉 서훈 두고 의견 ‘분분’…“독립유공자 포상 기준 재논의 필요”

기사승인 2019-06-10 16:18:07

문재인 대통령이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독립운동가 ‘약산 김원봉’을 언급한 이후 김원봉 서훈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10일 ‘약산 김원봉에게 독립유공자 서훈을 수여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김원봉이 이끈 의열단의 활약과 조선의용대의 무장투쟁은 광복군의 한 축이 됐고, 오늘날 국군의 동력으로 이어졌다”며 “반드시 서훈이 이뤄지고 역사가 재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호응을 얻으며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9443명의 동의를 얻었다.

김원봉에게 서훈을 수여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지난 8일 ‘조선의열단 기념사업회’ ‘운암 김성숙선생 기념사업회’ ‘단재 신채호 기념사업회’ 등 7개 독립운동 관련 단체는 4개 도시를 순회하며 ‘약산 김원봉 서훈 대국민 서명운동’을 오는 8월부터 11월까지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원봉은 광복 전 조선의열단을 이끌며 항일 운동을 한 인물이다. 그러나 해방 후 월북해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하고 지난 1950년 6.25 전쟁 기간에 북한 국가검열상과 노동상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의 검찰총장, 노동부장관에 해당하는 직위로, 김일성 정권의 전쟁 지휘부 역할이다. 그는 전쟁 중이던 지난 1952년 3월 북한 정권이 수여한 ‘노력훈장’의 첫 번째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원봉 서훈 논란은 지난 6일 촉발됐다. 문 대통령은 같은날 현충일 추념식 추념사에서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을 두고 야당에서는 반감을 드러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북한 공산주의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북한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냈으며, 6.25 남침의 공을 인정받아 김일성의 훈장까지 받은 인물의 이름을 감히 현충일 추념사에 올렸다”며 “호국의 역사를 저버렸다.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날 바른미래당은 논평을 내고 “논쟁이 무르익지도 않은 상태에서, 적어도 현충일에 6.25 전사자들의 무덤 앞에서 던질 사안은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는 논란이 커지자 ‘독립유공자 포상심사 조항상 김원봉을 서훈할 수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보훈처의 독립유공자 포상심사 기준의 8번 항목을 보면,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 및 적극 동조한 것으로 판단되거나 정부 수립 이후 반국가 활동을 한 경우 포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독립유공자 서훈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시준 단국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김원봉은 독립운동가로 활동했지만 이후 반 국가 행위를 해 현 국가보훈처 서훈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현 기준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가 서훈받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역사적으로 보면 김원봉은 독립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라며 “김원봉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 후 반 국가행위로 역사에서 지워진 인물들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독립 역사의 일부분만 접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또 “현재 김원봉으로 서훈 문제가 대두됐지만 독립 운동 이후 행적을 달리한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논의가 필요하다”며 “평가 기준도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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