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은 5만원권이 발행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5만원권은 1만원권 이후 36년 만에 등장한 ‘신생’ 화폐면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화폐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권은 지난달 말 유통 중인 은행권 가운데 98조3000억원(84.6%), 19억7000만장(36.9%)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고액권이 생긴 후 금융생활도 달라졌다. 현금을 여러 장 들고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지갑이 가벼워졌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경제주체별 현금 사용행태를 조사한 결과 국민들은 거래용 현금 43.5%, 예비용 현금 79.4%를 5만원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은행 입·출금이 편해지고 돈을 세는 데 드는 시간도 아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5만원권은 화폐제조와 유통·보관에 쓰이는 비용을 줄이고 자기앞수표 대체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국민들은 5만원권을 소비지출과 경조금에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만원권은 국내 화폐 보안기술을 한 단계 발달시킨 계기가 됐다. 1000원, 5000원, 1만원은 그간 보안기술을 추가하면서 여러 번 수정작업을 거쳤다.
5만원은 발행 후 단 한 차례도 수정하지 않았다. 보안기술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 5만원에는 무려 16가지 위조방지장치가 들어있다. 일반인이 식별할 수 있는 12가지 장치와 금융기관 직원 등 전문가만 알아볼 수 있는 4가지 장치로 구분된다.
5만원권에는 국내 화폐에 처음 도입된 입체형 부분노출 은선이 있다. 청회색 특수 필름 띠로 여러 개 태극무늬가 사방 연속으로 새겨져 있다. 은행권을 상하로 움직이면 태극무늬가 좌우로, 은행권을 좌우로 움직이면 태극무늬가 상하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5만원권은 또 최초의 세로형 은행권이다. 지폐 뒷면에 채택된 도안(월매도, 풍죽도)에 따라 세로형으로 발행됐다. 한은에 따르면 5만원권 위폐는 지난 10년 간 4447장이 발견됐다. 이는 전체 발행량 중 9%에 불과하다.
지금에 와서야 고액권 발행 ‘효과’가 빛을 보고 있지만 발행 초기만 하더라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익악화에 빠진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5만원권 인식이 가능한 ATM으로 교체해야만 했다.
지폐도안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5만원권에는 5000원권에 실린 율곡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실려있다. 실존인물이면서 모자(母子)가 화폐인물로 선정이 된 건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일부 단체에서는 신사임당 도안 채택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