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21년 만에 파나마에서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아들 정한근씨(54)가 22일 한국에 송환됐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손영배 단장)은 파나마에서 붙잡은 정씨를 이날 낮 한국으로 압송했다.
정씨는 같은날 오후 1시23분 인천공항 입국장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외투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등장한 정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검찰은 정씨를 곧바로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로 호송한 뒤 그간의 도피 경로 등을 수사할 예정이다. 이어 이튿날 오후 관련 내용을 언론에 공개할 방침이다.
정씨는 지난 1997년 11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의 자금 약 322억원을 횡령해 스위스의 비밀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 같은 혐의로 이듬해 6월 서울중앙지검에서 한차례 조사를 받은 뒤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7월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했으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영장이 집행되지 못했다.
정씨는 국세 253억원을 체납한 상태이기도 하다.
정씨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임박하자 검찰은 지난 2008년 9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 도피 및 횡령 혐의로 그를 불구속기소 했다. 재판에도 불출석해 법원에서 다시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역시 집행하지 못했다.
대검 국제협력단은 지난 2017년 정씨가 미국에 체류 중이라는 측근의 인터뷰가 방송된 것을 계기로 지난해 8월부터 정씨 소재를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정씨가 마지막으로 체류한 에콰도르 당국으로부터 정씨가 이달 18일 파나마로 출국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았고 파나마 이민청 등의 협조를 얻어 신병을 확보했다.
대검 국제협력단은 정씨의 국내 송환을 위해 파나마에서 두바이로 이동한 뒤 그가 국적기에 탑승하자마자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