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억원 횡령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전북 전주 완산여고의 교사들이 재학생들을 향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정작 비리 혐의를 받는 교사들은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여명의 완산여고 교사들은 24일 오후 강당에 재학생 300여명과 함께 모인 자리에서 “미안하다. 학생 여러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창석 완산여고 교장은 “참담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너무나도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교사들은 사과문을 통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을 때 바로 학생 여러분들에게 학교입장에 대해 밝혔어야 했는데 감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차일피일 미뤄왔다. 이 점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우리 교사들은 현재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여러분들의 교육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생들도 불안해하지 말고 본인의 꿈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주길 바란다”며 “학교가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도 적극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임용과 승진 과정에서 학교와 재단 측에 돈을 건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교사들은 사과문 발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완산중·완산여고 교사들은 학부모들과 함께 ‘완산학원 정상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학교정상화를 위한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현 완산학원 이사장을 만나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다.
완산여고는 최근 설립자 등 학교재단 관계자의 횡령 등 각종 비리로 논란이 된 완산학원에 소속된 학교다.
지난달 28일 전주지검은 완산학원 설립자이자 전 이사장인 A씨(74)와 사무국장 B씨(52)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횡령)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완산여고 행정실장인 A씨의 딸(49)과 C씨(61) 등 현직 교장·교감 2명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학교자금 13억8000만원과 재단자금 39억3000만원 등 총 53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B씨는 A씨의 지시로 불법과정에 적극 개입했으며 A씨의 딸도 일정부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교장, 교감 승진과 교사채용 대가로 돈을 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교사 채용비리도 확인됐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사법처리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교육청(교육감 김승환)은 이사 승인 취소 절차를 밟는 등 학교정상화 작업에 나선 상태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