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볼이 흉기로 돌변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파울 타구에 맞아 관중이 다치는 사고가 속출하면서 그물망 확대를 요구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 도중 3루 관중석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4회 앨버트 알모라 주니어(컵스)가 친 타구가 직선으로 파울 라인을 넘어 3루쪽 관중석으로 넘어가 2살짜리 여자 아이의 머리를 맞췄다.
미닛메이드 파크는 3루 원정팀 더그아웃 지붕 끝까지만 그물망이 설치돼있다. 아이는 이곳에서 약 3m 떨어진 곳에 앉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27일(한국시간)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 보도에 따르면 아이는 두개골이 골절됐고 이 충격으로 인해 발작까지 일으켰다. 또 뇌 경막 아래 공간에 출혈이 발생했다. 뇌타박상이 발견되고 비정상적인 뇌파가 지속되는 등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넓고 큰 안전 그물망으로 파울볼 사고가 흔치 않은 KBO와 NPB(일본프로야구)와 달리 메이저리그는 안전 그물망 설치가 미비한 탓에 사고가 잦다.
지난 24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콜로라도 로키스 경기에서는 1루 쪽 관중석에 앉아있던 한 여성 팬이 코디 벨린저의 파울 타구에 얼굴을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다.
1년 여 전에는 파울볼로 인한 사망사고도 발생했다.
지난해 8월 린다 곤드블룸은 79번째 생일 및 59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아 남편과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가 열린 다저스타디움을 찾았다. 그런데 9회초 관중석으로 날아든 시속 150km짜리 파울볼에 오른쪽 얼굴을 맞았고 급성 두 개 내출혈로 사망했다.
다소 보수적인 성격을 지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경기 관람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그간 안전망 확대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파울볼로 인한 아찔한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비판에 직면했다. 미국 CNN에 따르면 파울볼로 인해 다치는 관중은 매년 1750명가량이다.
이에 선수들과 야구팬들도 일제히 그물망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EPSN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호망을 확대해야 한다는 팬들의 의견은 76%에 달했다.
선수들도 그물망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다저스의 베테랑 투수 리치 힐은 메이저리그 선수협회에 전화를 걸어 “팬의 안전을 위해 안전망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이트 삭스의 히메네스는 “이런 일은 누구에게도 기분 좋을 리가 없다”며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관중들이 야구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팀 동료 루카스 지올리토도 “관중들이 안전하게 야구를 관람하게 하는 것은 정말 현명한 결정이다. 무엇보다 더 이상 어린 야구팬이 타구에 맞고 병원에 후송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단들도 움직였다.
화이트삭스는 최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처음으로 관중석 앞 보호망을 파울 라인 끝까지 확대 설치하기로 했다. 다저스 역시 조만간 안정망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2020시즌부터 개장하는 텍사스의 새로운 홈구장인 글로브 라이프 필드 또한 좌우 파울폴까지 그물망을 설치하기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