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열린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상적 국회’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주의에 숨겨진 악은 다수의 횡포다. 지난 패스트트랙이 바로 그 악의 탄생이었다”며 패스트트랙 지정 강행이 국회파행을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는 의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아야만 했다. 바로 패스트 트랙 폭거”라면서 “다수당이 때로는 힘의 논리로 법안과 예산안을 밀어붙인 적은 있다. 하지만 선거제만큼은 여야 합의로 바꿔왔다. 그것이 의회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불문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야당을 무력화시키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더욱 강화시키는 선거제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공수처 역시 마찬가지“라며 ”곳곳에 야당을 탄압하고 삼권분립을 무력화하는 권력의 칼을 숨겨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저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이상 의회 민주주의가 파괴되지 않도록의미 있는 약속을 받아내야만 했다. 그것이 지난달 28일 3당 교섭단체 합의”라며 “국회 정상화의 첫 단추를 꿴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독재자가 선거를 악용해 득세한 사례를 역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 역시 절대권력의 완성을 위해 민주주의를 악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이것이 바로 이코노미스트지가 말한 ‘신독재’ 현상과도 부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베스의 집권과 절대 권력화도 민주주의 제도 위에서 이뤄졌다. 독재는 스스로 독재임을 인지하지 못한다”며 “야당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한 외교·안보, 경제 등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외교·안보와 관련해서는 최근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미정상 회동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이벤트이든 문재인 대통령의 총선 이벤트이든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좋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변한 것은 없고, 북핵 폐기는 시작도 안 했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섣부른 종전선언 발언은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힘을 실어줄 뿐”이라며 “북한이 반드시 들어야 할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기회가 된다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방북 제안에) 한국당도 적극 임하겠다”고 했다.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에 대해선 “과거는 잊지 말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가 필요하다”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다차원, 다채널 외교가 시급하다. 즉각 긴급 의회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제 분야에선 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 근로제 등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시장 개입은 생태계 교란이다. 그 기저에는 시장 불신이 있다”며 “과도한 개입을 줄이고 민간을 신뢰해야 한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친기업과 반기업이라는 낡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며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은 바로 ‘기업가 정신 르네상스’이다. 각종 규제완화와 악법폐지로 기업인들의 숨통을 틔워주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정부·여당이 요구하는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서는 “곳곳에 총선용 퍼주기 사업이 끼워져 있다. 통계조작 세금일자리 예산이 숨어있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낭비성 추경을 모두 걸러내고 정말 재해재난과 민생을 위한 예산만 남기겠다”고 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