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를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김성준 전 SBS 앵커가 체포 당시 지하철역 출구까지 도주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 8일 MBC 보도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경찰들이 역에 출동해서 사건 현장에 대해 문의를 하는 동안 (수색 중이던) 경찰관이 (달아난 김 전 앵커를) 2번 출구 쪽에서 발견하고 체포했다”고 전했다. 김 전 앵커는 체포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몰카 피해 여성의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전 앵커는 처음엔 범행 사실을 부인했으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촬영된 것으로 의심되는 여성의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됐다고 MBC는 보도했다. 경찰은 김 전 앵커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분석해 추가 촬영물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같은날 방송된 SBS '8뉴스'는 김성준 전 앵커의 불법 촬영 소식을 단신으로 처리했다. ‘8뉴스’는 "SBS는 지하철역에서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김성준 전 SBS 논설위원의 사표를 8일 수리했다“며 ”SBS는 구성원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김 전 앵커는 지난 3일 오후 11시55분 서울 지하철 2·5호선 환승역인 영등포구청역에서 원피스를 입은 여성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앵커는 8일 SBS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사측은 사표를 즉시 수리했다.
김성준 전 논설위원은 이날 일부 취재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먼저 저 때문에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분께 사죄드린다”라며 “그동안 저를 믿고 응원해주셨지만 이번 일로 실망에 빠지신 모든 분께도 진심으로 죄송하다. 이미 전 직장이 된 SBS에 누를 끼치게 된 데 대해서도 조직원 모두에게 사죄드린다”라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이어 “제 가족과 주변 친지들에게 고통을 준 것은 제가 직접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성실히 경찰 조사에 응하겠다. 참회하면서 살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성준 전 앵커는 1991년 SBS에 입사해 보도국 기자를 거쳐 앵커가 됐다. 2011년부터 2014년, 2016년 말부터 2017년 5월까지 SBS ‘8뉴스’를 진행했고 보도본부장을 역임했다. 2017년 8월부터 퇴사 전까지는 보도본부 논설위원으로 재직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