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선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과 일본의 수출 규제를 둘러싸고 야당의 날선 질책이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정부의 경계실패와 외교무능이 불러온 일이라며 정경두 국방장관·강경화 외교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은 지적에 대해 일부 인정하며 개각 움직임을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도한 정치 공세라는 입장을 보였다.
◇ 野 “엄청난 경계실패, 사퇴해야“…鄭 “인사권자께서 판단할 것“=야당은 최근 북한의 소형 목선이 강원도 삼척항에서 발견된 것에 대해 정부와 군 당국의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는 국방부가 ‘삼척항 방파제 입항’이라고 보고 받은 어선의 최초 발견장소를 ‘삼척항 인근’으로 바꿔 발표해서다.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은 “합참이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시도했다”며 “국방장관이 책임져야 하는데 면피성 발언만 하고 부하들이 희생하고 책임을 추궁당하면 되나”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주호영 의원도 “북한 목선 귀순 사건은 엄청난 경계실패다. 작전실패는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실패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라며 “장관과 군 수뇌부가 대통령 눈치를 보며 우왕좌왕 하니까 국민도 불안해 한다. 이정도면 장관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은 “북한 목선의 삼척상륙작전이 인천상륙작전보다 훌륭하게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한편의 코미디 영화 같은 정말 황당한 사건”이라며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통해서 이번 이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경두 국방장관은 경계실패를 자인하며 장관직 사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남겼다.
이 총리는 “정부가 경계에 실패했다고 시인했다”며 “이 일로 보직해임을 받고 징계받는 사람이 있다”고 답했다. 정 장관도 “저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국가와 국민이 부여해 준, 주어진 시간에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인사권자께서 잘 판단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야당이 ‘노크 귀순’ 때도 없었던 장관 해임과 국정조사 등 국방의 특수성을 도외시한 주장을 한다”며 “과도한 정쟁”이라고 응수했다.
◇ 외교무능 맹비난…李 “日무역보복, WTO 제소할 것“=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서 야당은 일본을 비판하면서도 외교무능을 강조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자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단행한 바 있다.
한국당 유기준 의원은 “일본이 세 가지 품목의 수출 통제를 하기 전 이런 조치를 예단케 하는 일들이 있었다”며 “지난 해 11월초에는 에칭가스를 3일간 수출 중단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 정부는 뭘하고 있었냐”고 했다.
유 의원은 “당장 피해가 발생하는 국내기업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기업의 피해가 발생한 다음 맞대응 보단 사전에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이라고 했다.
같은당 주호영 의원은 “일본의 무역보복은 일본의 옹졸함과 편협함이 가장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국내적으로는 삼권이 분립돼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사법자제의 원칙’ 하에 국가가 ‘원 보이스’를 내는 게 국제법적인 관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강 대 강으로 가는 것은 한일 양국 모두에 치명적인 손해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총리가 개인적인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이 총리와 강 장관은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를 준비중이라고 답했다.
이 총리는 “대책은 여러 가지를 강구하고 있는데 그것을 여기서 다 말할 수는 없고, WTO 제소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 장관도 “국내적으로는 관계 부처 TF를 통해서 우리 업계 피해 최소화하면서 단기적, 중장기적 대응이 무엇인지 모색을 하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통상교섭 부분을 중심으로 WTO에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일본에게 책임을 돌렸다.
심재권 의원은 이 총리에게 “아베 총리는 경제 보복이 WTO 위반이라는 지적이 일자 슬그머니 마치 우리가 대북 제재를 위반해 반도체 부품을 북한에 빼돌린 것처럼 호도하는 치졸한 주장을 폈다. 이런 사실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총리는 “아베 총리가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정부 차원에서 항의를 섞어 질문해 놓았고 아직 답이 오지 않았다”면서 “자칫하면 우리가 오랫동안 유지한 안보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우려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