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조금씩 바뀌었다. 애니메이션 ‘레드슈즈’(감독 홍석호)는 우리가 알고 있던 ‘백설공주’ 이야기를 기반으로 새로운 설정을 하나씩 더했다. 몇 가지 바뀐 설정만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한 건 맞지만, 2019년 관객들에게 얼마나 흥미롭게 다가갈지는 의문이다.
아이돌 그룹처럼 인기를 모았던 ‘꽃보다 일곱 왕자’는 괴물을 물리치고 구해낸 요정 공주의 마녀 같은 외모에 놀란다. 그 모습에 실망한 공주는 일곱 왕자를 초록 난쟁이로 만들어 버린다. 혼자 있을 때는 원래 모습이지만 누군가 보면 난쟁이로 돌아가는 것이 규칙. 사라진 아빠를 찾던 화이트 왕국의 스노우 화이트 공주(클레이 모리츠)는 우연히 빨간 마법 구두를 신고 아름다운 외모로 변신한다. 왕비 레지나(지나 거손)에게 쫓겨 도망치던 공주를 발견한 난쟁이들은 그녀의 외모에 반해 한 집에 살며 돕게 된다.
공주는 마법으로 더 아름다워지고 왕자는 추해지는 설정이 ‘레드슈즈’의 서사를 관통한다. 마법의 구두 착용 여부와 누군가의 시선이 그들의 외모를 계속 변신시키는 점도 인상적이다. 공주가 구두를 벗어 위기를 넘기고, 왕자는 아무도 없을 때 강한 힘을 발휘한다. 무언가에 의지해 자신의 외형적인 모습을 변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며 조금씩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레드슈즈’의 외모 변신 설정이 왕자-공주 외모의 전형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공주는 이도 아름다운 외모로 일곱 왕자들에게 “공주인 게 확실하다”는 인정을 받고, 왕자들은 부족한 외모로 공주의 사랑을 받을 자신감을 잃는다. 레드슈즈가 기존 백설공주보다 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캐릭터인 것은 맞다. 하지만 레드슈즈의 공주로서의 힘이 아름다운 외모와 출신 성분에서 나온다는 점은 그대로다. 외모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결말에 이르러서도 시원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레드슈즈’는 언뜻 외국 애니메이션 같지만 드림웍스-디즈니의 제작진이 참여한 한국 애니메이션으로 2010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초록색 얼굴의 마녀와 난쟁이 등에선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슈렉’, 허공에 마법의 다리가 놓이는 장면에선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국인 최초 디즈니 수석 애니메이터로 유명한 김상진 감독이 참여했다. 전체 관람가. 오는 25일 개봉.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