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승준의 입국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2002년 입국 금지 결정이 내려진 이후 17년 만에 처음 한국 땅을 밟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죠. 하지만 이 사안을 바라보는 국민 정서는 여전히 좋지 않아 보입니다.
혹시나 했던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오전 유승준이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유승준에게 내려진 비자발급 거부가 행정 절차를 어겨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이에 따라 유승준의 입국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 대법원 취지에 따른 판결이 확정되면 유승준은 비자를 발급받고 입국할 수 있습니다. 병무청 역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국적 변경을 통한 병역 회피 사례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계속 마련해 나가겠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밝혔습니다.
하지만 생각처럼 일이 풀리지 않을 가능성 역시 존재합니다. 2002년 2월 법무부 장관이 유승준의 입국을 막은 일을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학계에서는 입국금지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행정처분으로 판단한 1·2심은 LA 총영사관의 유승준 비자발급 거부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죠.
대법원 판결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대부분 “얘는 입국 절대 반대 해야 함”, “이러면 누가 군대 가냐” 등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반면 “요즘 연예인 대마 음주 폭행 등에 비하면 유승준 문제는 양반”, “17년이면 벌 받을 만큼 받았다” 등의 옹호 발언도 일부 찾아볼 수 있었죠.
유승준의 입국 금지를 재요청하는 청원글도 올라왔습니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티븐유(유승준) 입국금지 다시 해주세요. 국민 대다수의 형평성에 맞지 않고 자괴감이 듭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서 극도로 분노했다”는 청원자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기만한 유승준에게 시간이 지나면 계속 조르면 해주는 그런 허접한 나라에 목숨 바쳐서 의무를 다한 국군 장병들은 국민도 아닙니까”라고 지적했죠. 해당 글은 12일 오후 4시 기준 8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습니다.
반대로 대법원 판결 이후 유승준과 가족들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대법원의 파기 환송 판결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 동안 유승준과 가족들에게 가슴 속 깊이 맺혔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어 “유승준이 그 안 사회에 심려를 끼친 부분과 비난에 대해서는 더욱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대중들의 비난의 의미를 항상 되새기면서 평생 반성하는 자세로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죠.
두 명의 유승준이 있습니다. 한 번의 큰 잘못으로 17년이란 긴 시간 동안 모국에 돌아갈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며 잘못된 법적 절차로 피해를 본 유승준. 해외로 도피하며 병역법을 위반해 정상적으로 군에 복무하는 일반 국민들에게 커다란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 과거의 슈퍼스타 미국인 스티브 유. 긴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그를 용서하는 대중이 많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유승준’ 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 이미지의 거리는 여전히 멀고 깊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유승준을 둘러싼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