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사자’ 박서준 “판타지 설정과 액션, 재밌는 도전될 것 같았죠”

[쿠키인터뷰] ‘사자’ 박서준 “판타지 설정과 액션, 재밌는 도전될 것 같았죠”

‘사자’ 박서준 “판타지 설정과 액션, 재밌는 도전될 것 같았죠”

기사승인 2019-08-01 07:00:00


한 번도 보지 못한 박서준이다. 영화 사자를 보러 극장에 들어가 자리에 앉은 관객들은 스크린에 등장하는 배우 박서준의 모습에 낯설어할 수 있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에서 기우(최우식)에게 수석을 건네주던 활발하고 목소리 큰 민혁(박서준)은 없다. 대신 악에 받쳐서 운동만 해온 이종격투기 챔피언 용후의 어두운 기운을 만나게 된다. 어둡고 고통스러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 걸음을 내딛는 용후의 이야기로 사자를 요약할 수도 있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서준은 의외로 처음부터 용후 캐릭터에 공감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집에서 조용히 생각을 많이 하며 지낸 경험이 용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액션 장면들을 소화하는 것도 재밌는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처음 대본에서 본 용후는 외로워 보였어요. 말수도 적을 것 같고요. 용후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본 건 아니지만 공감되는 지점들이 많았어요. 저는 부모님이랑 같이 지내고 있는데 집에선 제 자신에 대해 혼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용후가 안 신부를 만나고 생긴 변화를 보면서 용후에게 필요한 사람이겠구나, 외로움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도 했고요. 영화 속에 판타지적인 설정이나 액션들이 쉽진 않겠지만 충분히 재밌는 도전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실제로 몸은 힘들었지만 재밌게 촬영했고요.”


박서준이 사자를 선택한 이유는 또 있다. 김주환 감독과 이미 전작인 영화 청년경찰에서 함께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청년경찰을 찍을 당시부터 박서준은 다음엔 뭔가 진중하고 강인한 느낌이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김 감독에게 건넸다. 마침 김 감독이 준비하고 있던 사자와 맞아떨어진 것. 박서준은 김주환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춰서 더 수월했다고 털어놨다.

두 번째 작업이라 더 편한 점이 많았어요. 촬영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었고, 촬영 감독님과 조명 감독님도 전에 같이했던 팀이라 현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죠. 제가 촬영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현장을 편하게 느끼는 것이거든요. 그래야 다른 것에 지장을 받지 않고 연기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장르가 달라서 새로운 얘기들을 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어요.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다들 되게 기뻐하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나요. 제 나름대로 역할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촬영 감독님과 조명 감독님 모두 고민이 많았는데 이런 고민들이 영화에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사자를 찍으면서 박서준이 고민한 건 새로운 캐릭터를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방법론이다. 배우는 늘 박서준인데 매번 다른 역할을 어떻게 차별화해서 보여주는지에 집중하는 편이다. 그래서 용후의 과거에 대해 생각하고 그의 일상을 상상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용후 특유의 걸음걸이도 그렇게 탄생했다.


항상 똑같이 고민하는 지점이에요. 어떤 작품, 어떤 역할 하든 항상 고민하기 시작하죠. 가수들에게 본인의 목소리와 장르가 있듯이, 저에게도 제 고유의 색깔과 목소리, 생김새가 있잖아요. 이것들을 가지고 인물을 어떻게 분석하고 이해해야 할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표현할지를 항상 똑같이 고민해요. 이번 영화로 예를 들면 용후과 과거 20년 동안 어떻게 살았을까를 고민하는 거죠. 이런 환경에서 자란 친구는 어떤 마음을 갖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며, 사람들을 만날 때는 어떻게 표현할까. 과연 사람을 만나긴 할까. 만나지 않으면 사회성이 많이 떨어지지 않을까. 운동을 하면 여러 사람들과 스킨십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회성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을 다 집약해서 연기하게 돼요. 영화에 나오는 상황에서도 용후는 낯선 사람을 만나면 말을 아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에 맞는 표현을 하게 되는 거죠. 걸음걸이도 하나의 제 표현 수단이에요. 격투기 선수라는 직업도 갖고 있으면 어떻게 걸을까도 당연히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그 외에도 많은 것들에 하나씩 다가가요.”

사자는 박서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다. 그가 홀로 많은 분량에 등장하고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박서준 역시 첫 원톱 영화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드러내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했다.

주연으로서 책임감이 당연히 있고 부담감도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언제나 느끼듯이 책임감과 부담감이 저를 지배하면 안 되더라고요. 그보다는 항상 현장에서 즐기고 재밌게 찍고 제 역할에 충실하려고 해요. 현장에서도 항상 잘 해야 하고요. 이번에도 제 표정 하나하나에 현장 분위기가 많이 바뀐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러면서 배운 것도 많아요. 안성기 선배님이 있어서 의지할 수도 있었고요. 책임감과 부담감은 당연히 느끼지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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