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하더라고요. 영화가 너무 재밌어서요.”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 ‘엑시트’에 대한 만족감을 여러 번 드러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재밌게 읽었다는 시나리오와 거의 같은 영화가 탄생한 것부터 용남의 가족들과 즐겁게 촬영한 느낌이 영화에 묻어난 것, 액션 장면을 보며 고생해서 찍은 과거가 떠오른 것 등. 하나하나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조정석이 연기하는 용남은 취직준비 중인 백수다. 가족들의 등쌀에도 모른 척 돌아눕고 동네 꼬마들에게도 좀 부족한 형 취급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자신의 미래를 계획한다. 조정석은 처음 용남 캐릭터를 본 순간 자신의 과거가 떠올랐다고 했다.
“제가 재수, 삼수를 하던 시절 대학교에 먼저 간 친구들과 술 한잔하면 ‘힘내’, ‘괜찮아’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 후에도 제가 연극과라고 하면 만나는 친구들이 ‘TV에 언제 나올 거야’라고 많이 물어봤죠. 저와 용남이 비슷하다기보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 당시 제 모습이 잘 연상됐어요. 또 저도 집에서 막내고 어머니 칠순 잔치를 직접 해드렸거든요. 제가 겪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 많아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많았어요. 그리고 시나리오가 재밌더라고요.”
‘엑시트’의 액션 장면을 보면 배우들이 어디까지 실제 연기했고, 어디부터 CG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 이에 이상근 감독은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진짜 힘든 느낌을 보여줘야 했다”며 대부분 장면이 배우들의 실제 연기라고 밝혔다. 끊임없이 벽을 오르고 달려야 했던 조정석 역시 “유독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작품에도 액션이 많았어요. 영화 ‘뺑반’은 카체이싱 액션이 많았고, ‘역린’은 무술 액션을 찍으며 힘들어했던 기억이 나요. ‘엑시트’는 그 중에서도 유독 힘들었고요. 매번 새롭게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힘든 건 이제 못하겠다고 말하죠. 하지만 ‘엑시트’처럼 재밌는 작품을 만나면 또 해요. ‘엑시트’ 시나리오를 받고 고민한 건 찰나였어요. 바로 하고 싶었죠. 시나리오를 쓴 감독님이 궁금했거든요. 직접 만난 감독님이 독특한 매력의 소유자라 더 끌렸던 기억이 나요.”
조정석은 ‘엑시트’에서 자신이 애드리브로 연기한 장면이 없다고 했다. 마음대로 대사나 상황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내진 않았다고 했다. 다만 연기하면서 “다른 방향성 호흡을 발견했을 때”가 있다고 했다. 임윤아 역시 인터뷰 중 조정석의 “생각지도 못한 호흡”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조정석은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집에서 머릿속에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상상해보는 것이다.
“전 그런 것만 생각해요. 가만히 앉아서 상상할 때도 있고 생각을 정말 많이 하죠. 이 장면을 어떻게 연기하면 영화에 가장 효과적일까를 생각해요. 예를 들어 영화 ‘관상’에 송강호 선배님과 기생집에서 춤추는 장면도 그 당시에 다 이렇게 어깨춤을 추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엑시트’에서 제가 오열하는 장면도 그냥 울 수 있었지만 정말 몸서리치듯이 했어요. 연기를 잘하는 것보다 그 상황에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전 이 일이 너무 재밌어요. 재밌다고 생각하니까 계속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조정석은 ‘엑시트’를 다시 한 번 보겠다고 했다. 시사회에선 긴장을 많이 해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감상하고 싶어했다. 영화 개봉 전에 이뤄진 인터뷰라 빨리 개봉하길 기대하는 눈치였다.
“기대도 되고 부담도 돼요.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했어요. 관객들이 어떻게 재밌게 보실지 궁금하거든요. 전 ‘엑시트’가 내가 이 감정을 따라가는 게 맞는지 헷갈리게 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긴박한 상황에서 열심히 뛰는데 손을 놓쳐서 “어?” 하니까 다들 웃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웃으면서도 웃는 게 맞나 싶은 느낌 있잖아요. ‘엑시트’가 바로 그런 영화 아닐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잼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