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 자회사 ‘DHC텔레비전’은 자신들의 ‘혐한 방송’이 ‘정당한 비판이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 홍보 전문가’로 불리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들의 역사의식을 비판하면서 “한국에 대한 역사왜곡 뿐만이 아니라 중국에게 가해한 역사까지도 왜곡하는 집단이다. 이를 중국 네티즌에게도 알릴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서 교수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이같은 계획을 전하며 “이번 입장문을 보면서 제가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역시 한 나라의 품격은 제대로된 역사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라며 “이들은 난징대학살에 대한 부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교수는 “일본에서 제대로된 역사교육을 못받은 패널들이 나와서 떠들어 대는 이야기들이다 보니, 하는 얘기들마다 늘 주변국들의 뒷담화와 역사왜곡 뿐이었다”며 “우리 네티즌들도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마지막으로 야마다 아키라 대표님! 동북아 역사에 관련한 올바른 책을 곧 보내드릴테니 부디 공부 좀 하시고 출연자들을 섭외해달라”라고 덧붙였다.
앞서 DHC텔레비전 공식 홈페이지에 야마다 아키라 대표이사 명의 입장문을 게재했다. 같은날 게재된 입장문에는 “논란이 된 시사 프로그램 ‘도라노몬 뉴스’의 한일 관계 담론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거나 정당한 비판이며 자유로운 언론의 범위 내에 있다”며 “한국 미디어는 어디가 어떻게 혐한이고 역사왜곡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았다. 프로그램과 상관 없이 서 교수를 중심으로 DHC 상품 불매운동이 전개되는 것에 매우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DHC의 상품과 서비스, 현지 직원과 DHC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내용은 직접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상식을 넘어선 불매운동은 언론 봉살(죽이기)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전날 DHC코리아는 논란에 대해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공식 사과했다. 김무전 대표는 13일 “본사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채널로, 저희는 어떤 참여도 하지 않고 있으며 공유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과거의 발언을 포함한 DHC텔레비전 출연진의 모든 발언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앞으로도 반대의 입장으로 이 문제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한국, 한국인을 비하하는 방송을 중단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며 “다시 한번 금번 문제에 대해 국민, 고객, 관계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일본에서 조롱은 계속됐다. DHC코리아가 공식 입장문을 발표한 당일, DHC텔레비전 관계자들은 혐한 방송에 대해 보도한 JTBC 뉴스룸 보도를 시청한 뒤, 이를 비웃었다. 우익 정치평론가 사쿠라이 요시코는 ‘한국인의 60%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한국인은 하는 짓이 어린아이 같다”며 “한국이 뭘 하든 일본에는 별로 영향이 없다. 한일 사이 이런 일이 생기면 한국 손해가 상당히 크다”고 평가했다.
혐한방송 논란은 지난 10일 촉발됐다. 같은날 방송된 DHC-TV 시사 프로그램 ‘진상 도라노몬 뉴스’에 모습을 드러낸 출연자들은 “한국은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 “일본이 한글을 통일해 지금의 한글이 탄생했다”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12일에는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 의원 아오야마 시게하루가 출연해 1950년대 초반 한국이 독도를 멋대로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1951년부터 한국이 멋대로 독도를 자기네 것으로 해버렸다”며 “일본이 되찾기 위해 싸움을 건 적은 없고, 말로만 했다. 위안부 문제도, 레이더 발사 문제도 일본 측이 싸움을 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전했다.
이후 DHC 화장품을 구매하지 말자는 소비자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서는 제품이 퇴출됐다. GS리테일의 ‘랄라블라’는 DHC 온·오프라인 전체 상품에 대한 신규발주를 중단했다. 롯데쇼핑 ‘롭스’는 12일 매대에서 물건을 뺐다. 가장 규모가 큰 CJ올리브영도 DHC 상품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HC 전속 모델인 배우 정유미는 DHC에 초상권 사용 철회와 모델 활동 중단을 요청했다. 또 해당 기업과의 재계약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