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입법 강행으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가 석 달째 이어지면서,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 꼽히는 홍콩의 특성을 이용한 금융 공격 움직임도 포착되기 시작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17일 자동현금인출기(ATM)에서 돈을 대량으로 인출해 아시아 금융 중심지인 홍콩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키려는 움직임이 인터넷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최근 홍콩 인터넷에서는 현금을 대량으로 인출해 ATM을 텅텅 비게 하자는 글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은 은행에서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려는 ‘뱅크런’을 자극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홍콩 공항, 전철 등을 점령해 국가 주요 인프라를 마비시켜 홍콩 정부를 압박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앞서 시위대는 홍콩 국제공항을 이틀간 점거해 1000여 편의 항공편이 결항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현금 대량 인출에 관한 불안감이 커지자 홍콩 은행들은 당면한 위기 상황은 없다면서 대응에 나섰다. 홍콩 최대 은행인 HSBC는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HSBC는)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객은 물론 홍콩의 금융 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것을 위해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DBS, OCBC 등 다른 은행들도 비상 계획 운영에 돌입했다며 ATM 인출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한편 홍콩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9일 처음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16일 기준) 748명이 체포됐고, 이 중 115명이 기소됐다. 또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홍콩 경찰 177명이 부상을 입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