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국내 박스오피스 1위는 할리우드 배우 드웨인 존슨과 제이스 스타뎀의 액션영화 ‘분노의 질주: 홉스&쇼’였다. 2위는 조정석, 임윤아 주연의 재난 코미디 영화 ‘엑시트’, 3위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전쟁 영화 ‘봉오동 전투’가 차지했다. 4위는 ‘미니언즈’, ‘슈퍼배드’의 제작사 일루미네이션의 신작 애니메이션 ‘마이펫의 이중생활2’, 5위는 한국에서 기획, 투자해 일본에서 완성한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가 이름을 올렸다.
6위에서야 한국 공포영화 ‘암전’을 만날 수 있었다. ‘암전’은 하루 707회 상영됐다. 같은 날 5624회 상영된 ‘분노의 질주: 홉스&쇼’에 비해 8분의 1 수준이다.
‘여름=공포 영화’ 공식은 이미 깨졌다. 전통적으로 여름에 강세였던 공포 영화가 사라지고 공포 장르의 느낌만 차용한 영화,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관객들도 공포물을 애써 찾지 않는 분위기다.
‘공포 영화’를 내세워 홍보한 한국 영화는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암전’과 21일 개봉한 ‘변신’ 두 편뿐이다.
‘암전’은 신인 감독 미정(서예지)이 상영 금지된 공포영화의 실체를 찾아가며 마주하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 영화다. 올해 여름 유일한 정통 공포영화지만 개봉 첫 날 3만628명을 모으는 데 그쳤고, 개봉 6일째인 21일까지 누적관객수 역시 9만9321명에 불과하다.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을 그렸다. 오컬트를 기반으로 하는 공포 스릴러 영화에 가깝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사자’ 역시 악마를 물리치는 구마 사제 이야기를 그린 오컬트 장르의 영화였다. 귀신이나 악마 같은 기이한 현상 자체를 다뤄온 정통 공포 영화와 달리 다른 장르로 변형되는 공포 영화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드라마에서도 나타난다. 과거 ‘전설의 고향’ 같은 무서운 이야기를 다룬 공포 드라마는 여름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tvN ‘호텔 델루나’,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처럼 귀신이나 악마를 친숙한 캐릭터로 등장시키는 드라마가 방송 중이다. 2015년 tvN ‘오 나의 귀신님’, 2016년 tvN ‘싸우자 귀신아’, 2017년 OCN ‘구해줘’ 등 케이블 채널에선 매년 여름에 맞춰 무섭고 오싹한 장면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방송해왔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공포 영화의 개봉 시기도 변하고 있다. 오컬트 공포물인 영화 ‘사바하’는 올해 2월, 공포 스릴러 영화 ‘왓칭’은 4월, 정통 공포영화 ‘0.0MHz’는 5월에 개봉했다. 대규모 자본을 투자한 텐트폴 영화가 진을 친 여름을 피해 극장 비수기 틈새 공략이 대세가 됐다. 영화 ‘곤지암’ 역시 지난해 3월 개봉해 260만 관객을 모으며 저예산 공포영화로서 이례적인 흥행 성공을 거뒀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