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사태에서 절반 가량의 문제 제품을 생산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영국 본사는 거라브 제인 옥시 전 대표에 대한 국내 검찰 소환을 개인적인 문제라고 판단,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수배가 내려진 것에 대해서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서울시청에서 두 번째 ‘2019년도 가습기살균제참사진상규명청문회’(청문회)를 28일 열었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치우 전 LG생활건강 생활용품 사업부 개발팀 직원, 박헌영 LG생활건강 대외협력부문 상무, 박동석 옥시 대표이사, 곽창헌 옥시 대외협력 전무가 참석했다.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은 이날 “제인 등 외국인 옥시 임직원을 이번 청문회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번에도 이들은 불응했다”고 지적하면서 “제인은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영국 본사의 입장은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박동석 대표이사는 “개인적인 형사 사건이기 때문에 회사가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최 부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당시 국내 경영에 깊게 개입한 혐의 등으로 국내 검찰은 제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개인이 교통사고를 낸 일이 아니다. 직책을 가지고 회사에서 일을 했으면 회사가 책임을 져야한다. 이 문제를 개인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냐”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사과라도 해야지 제인은 불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국회와 정부를 우롱하더니 이제는 특조위까지 우롱하려고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방청객도 옥시 본사 측의 입장을 납득할 수 없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도 함께 자리한 방청석에서는 “국민 전체를 우롱하고 있어” “옥시 드디어 미친 것이냐” “옥시 사기꾼” 등 욕설과 고성이 쏟아졌다.
제인 전 대표는 흡입 독성이 있던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옥시 한국법인에서 지난 2006~2009년 마케팅본부장과 지난 2010~2011년 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마케팅 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을 알고도 ‘안전하다’는 허위 표시·광고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다. 제인 전 대표가 재직할 당시,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실험 결과를 은폐하라고 지시했다는 옥시 연구원들의 증언도 있었다.
검찰은 제인 전 대표를 기소 중지한 상황이다. 공소시효는 오는 2021년 12월16일까지다.
이날 청문회에서 옥시는 비협조적인 태도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최 부위원장은 “2008년 KBS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에 대해 취재하겠다고 옥시에 협조 요청했다. 이에 옥시는 ‘오래 전에 흡입독성 관련 외부 시험기관에 의뢰한 자료는 있으나 그 후에 주요 성분을 바꿔서 현재 물질에 대한 인체 안전선 자료는 없다’고 메일 회신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동석 대표이사는 “위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최 부위원장은 “지금 이 상황에서 모른다고 말해도 되냐”며 일갈했다.
이번 청문회는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문제가 처음 제기된 지 8년 만에 열렸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를 1424명으로 집계했다. 이날에는 옥시레킷벤키저‧LG생활건강 등 제조업체와 환경부‧국방부‧질병관리본부 등을 대상으로 유해성 입증과 피해자 찾기에 미흡했던 점 등의 질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