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과 선수들은 이번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KC) 서머’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미드-정글’을 꼽는다. 이들이 초반 주도권을 잡으면 갱킹과 로밍 등으로 다른 라인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30일 그리핀과의 결승전을 앞둔 SKT T1의 김정균 감독 역시 “모든 라인이 중요하겠지만 승부처는 미드와 정글”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기세만 놓고 봤을 때 ‘미드-정글’ 싸움에서 우위에 있는 쪽은 SKT다. ‘페이커’ 이상혁과 ‘클리드’ 김태민의 폼이 절정에 이르렀다.
정규리그를 5위로 마무리한 SKT는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와일드카드전부터 시작해 플레이오프(PO)에서 샌드박스 게이밍과 담원 게이밍을 차례로 격파했다. 아프리카에게 1세트를 내준 것을 제외하곤 나무랄 데 없는 경기력이었다.
그 중심에는 이상혁과 김태민이 있었다. 감탄을 자아내는 호흡으로 리그의 내로라하는 미드-정글 듀오를 내리 압도했고, 팀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김태민은 SKT의 실질적 에이스다. 올해의 SKT는 기복이 심한 팀이지만 김태민만은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의 승패가 갈리는 일이 잦았다.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도 그의 활약은 이어졌다. 오히려 정규시즌보다 더욱 날카로워졌다. 서머 시즌 KDA 4.4를 기록한 김태민은 이번 PO에선 6.5를 기록 중이다. 특히 사일러스와 엘리스 등 공격적인 챔피언을 뽑아 능숙하게 다루면서 상체 싸움에 우위를 가져다주고 있다.
이상혁은 기대대로 ‘다전제 베테랑’ 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 그의 기량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들이 적지 않았지만 PO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상대로선 엄두도 내지 못할 챔피언 운용 폭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PO 경기 9세트를 치르는 동안 무려 8개의 챔피언을 꺼내 팀 전략에 깊이를 더했다. 숙련도도 상당해 정규 시즌 3.3에 불과했던 KDA는 PO에선 5.9까지 올랐다.
이현우 해설가는 자신의 개인 방송에서 “SKT는 미드-정글 호흡이 정말 좋다”며 “(플레이오프 경기를 돌아봐도) 솔직히 말해 미드-정글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물론 이에 맞서는 그리핀의 미드-정글 또한 결코 만만치 않다.
‘쵸비’ 정지훈은 서머 시즌 중반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막바지 기량을 끌어 올리며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끌었다. 올 시즌 KDA 5.9(리그 2위), 킬 관여율 59.5%를 기록했다. 또 서머 시즌에 챔피언 18개를 사용하는 등 챔피언 운용 폭도 이상혁에게 밀리지 않는다.
‘타잔’ 이승용은 LCK 최고의 정글러로 불린다. 올 시즌 KDA 6.4(리그 1위), 킬 관여율(1위)은 무려 73.8%를 기록했다. 팀 전력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칙적이고 독창적인 정글 동선은 그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다.
치열한 미드-정글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 초반 주도권을 쥘 팀은 어느 쪽일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결승전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사진=라이엇 게임즈 플리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