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 위치한 롤파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전장입니다. 이곳에선 매주 시즌 우승, 더 나아가 롤드컵 진출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진 LCK 10개 팀들 간의 격전이 벌어집니다. 쿠키뉴스의 e스포츠 담당 기자들은 롤챔스 경기가 없는 월요일, 치열했던 롤파크를 뒤로 하고 회의실로 모입니다. [방구석 LCK]는 한 주의 LCK 경기를 돌아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눈 유쾌한 회의록입니다.
▲ LCK 역대 최초 도장 깨기, 그리핀은 운다
문대찬 기자 : 와일드카드전부터 플레이오프를 시작한 SKT가 도장깨기를 완수했습니다. 그리핀을 꺾고 LCK 통산 8회 우승을 차지했는데요. 어떻게들 봤나요?
문창완 기자 : 압도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더군요. ‘페이커’ 이상혁, ‘클리드’ 김태민 선수의 활약이 특히 돋보였는데 역시 현 메타는 강한 미드-정글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김찬홍 기자 : 저는 SKT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그리핀이 이렇게나 허무하게 패할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어요. 클리드와 ‘타잔’ 이승용 선수가 비등한 승부를 펼칠 것이라고 봤는데 결과는 클리드의 압승이었습니다. 물론 SKT가 타잔 선수의 갱킹을 잘 흘려낸 부분도 있지만요.
문창완 기자 : 타잔 선수는 실력에 비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요. 그리핀은 지난 스프링 결승보다는 분명 좋아졌지만 여전히 큰 대회에서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네요.
문대찬 기자 : 맞아요. 반면에 SKT는 큰 경기 경험이 없었던 선수들이 더 성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죠. ‘테디’ 박진성 선수는 이번 결승전에서 한 번도 죽지 않았어요. ‘에포트’ 이상호 선수는 와일드카드전에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노력해서 더 잘 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낸 모양새입니다. 결승전을 처음 경험하는 선수로는 보이지 않았어요. 결승전 종료 뒤 인터뷰에선 “롤드컵에서 캐리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이 또한 기대가 됩니다.
문창완 기자 : 에포트 선수는 이제 LCK 1티어 서포터라고 평가해도 문제없을 것 같아요.
문대찬 기자 : 그리핀도 또 다른 의미로 역사를 썼어요. LCK 최초 3연속 준우승.
김찬홍 기자 : 돌아보면 4세트 밴픽이 아쉬웠어요. SKT가 자야-라칸을 뽑았음에도 볼리베어를 후픽으로 가져간 게 문제였어요. 3세트까지 바텀 라인전에서 우위를 제대로 가져가지 못했는데 또 다시 후반만 바라보고 볼리베어를 선택한 게 패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문창완 기자 : 한편으로는 이젠 더 이상 선수들이 못해서 졌다기 보다는 감독, 코칭 스태프도 변화를 꾀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선수들의 피지컬 차이로 밀린 게 아닌 전략 싸움에서 완전히 밀린 것 같은 느낌이라.
문대찬 기자 : 동감합니다. 실제로 그리핀 선수들은 리그에서도 KDA, 킬 관여율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고 솔로 랭크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했죠. 그리핀은 ‘콜 없는 한타’, 더 나아가 ‘콜 없는 게임’을 지향한다고 하죠. 그런데 이제는 의문입니다. 경기가 불리해질수록 팀원들 간의 대화가 더 많이 오가야 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김찬홍 기자 : 김대호 감독이 ‘다섯 명이 동시에 같은 곳을 봐야 진정한 강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실패를 거듭하고 있으니 변화를 줘야 되지 않을까요. 결승전의 SKT는 다양한 콜이 나왔고, 이 중 하나를 같은 마음으로 실행에 옮겨 좋은 결과를 냈죠.
▲ 9위에서 우승까지, 소년 만화 전개 아니야?
문대찬 기자 : 순위 경쟁이 치열해 ‘역대급’ 이라는 찬사를 받은 서머 시즌입니다.
문창완 기자 : 스프링 시즌 때와 마찬가지로 승격 팀들의 강세가 있었지만 부진했던 젠지와 아프리카가 치고 올라오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리그 막바지에 한화 생명의 고춧가루 뿌리기도 볼 만 했어요. 아, 진에어의 최다 연패는 참담했습니다.
문대찬 기자 : 무엇보다 SKT의 ‘소년 만화’와 같은 행보가 흥행에 불을 붙이지 않았나 싶어요. 시즌 초반 5연패로 9위까지 떨어졌다가 9연승. 다시 2연패를 당해 가까스로 플레이오프에 올라가 도장깨기 우승까지. 만화도 이렇게 그리면 욕을 먹을 겁니다.
김찬홍 기자 : 어차피 우승은 SKT라는 말을 곱씹게 되네요. 스프링에 이어 서머까지. 정말 드림팀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팀이에요.
문창완 기자 : 상위권 경쟁도 아슬아슬했지만 승강권 다툼도 대단했죠. 진에어야 확정적이었지만 시즌 막바지까지 KT와 한화가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쳤어요. 결국 한화가 승강전에 가게 됐지만 막바지 담원과 SKT를 꺾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문대찬 기자 : ‘스코어’ 고동빈 선수의 마지막 인사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무너진 명가에서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어요. 한편으론 승강전에서 은퇴 경기를 치르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김찬홍 기자 : 이제 정말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젊은 선수들이 포진한 팀은 모두 상위권에 있고, 베테랑들이 중심이 된 팀들은 다소 힘이 빠졌어요.
문창완 기자 : ‘도란’ 최현준 선수, 에포트 선수 등 아카데미, 연습생 출신 선수들도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요. 세대교체는 앞으로 가속화 될 것 같아요.
▲ ‘13전 전패’ 진에어, 이번에도 잔류?
문대찬 기자 : 진에어가 이번에도 잔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챌린져스 코리아에선 APK와 팀 다이나믹스가 LCK 승격을 노립니다.
김찬홍 기자 : 진에어가 운영적인 부분만 다듬는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LCK 내에서도 경기 초반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챌린져스 코리아 팀들이 진에어보다 운영을 크게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잔류엔 어려움이 없을 거라 봅니다.
문창완 기자 : 스프링 당시 그렇게 부진했던 진에어가 승강전에선 ‘여포’였어요. 그리핀, 샌드박스, 담원이 특이 케이스였습니다. LCK와 챌린저스의 벽은 여전히 높은 것 같아요.
▲ ‘도전자’ LCK
문대찬 기자 : 10월부터 롤드컵이 시작됩니다. LCK는 이제 도전자의 입장이죠.
문창완 기자 : 리프트라이벌즈에서 중국을 꺾으면서 숨통을 돌렸지만 여전히 롤드컵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있어요. 방심은 금물입니다. MSI가 재현되지 않길 바라야죠.
김찬홍 기자 : G2와 펀플러스 등 올 시즌 팀 개편 후 국제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팀들의 대처 방안을 준비해야 될 듯합니다. 이번 롤드컵 역시 만만치 않을 거에요.
문대찬 기자 : 지난 실패들로부터 LCK가 많이 배웠을 거라 생각합니다. 단단하고 철저한 운영은 확실히 LCK가 타 리그보다는 앞선다고 생각해요. 다만 변칙적인 픽에 대응하는 연습이 필요할 듯합니다. 그렇다고 저들의 스타일을 따라가기보다 우리의 장점을 살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설프게 따라하려다가 역효과가 날 수 있어요.
문창완 기자 : 공감합니다.
문대찬 기자 : 롤드컵은 LCK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어느 때보다 더 흥미가 생기는 롤드컵이라는 건 부정할 수가 없네요.
김찬홍 기자 : 저도요. SKT가 G2를 꺾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요. 기대됩니다.
문대찬 기자 : 큰 경기, 특히 롤드컵에서 더욱 강해지는 페이커 선수의 패시브가 발휘 될지도 궁금합니다. 2년 만의 롤드컵 진출이라 의욕도 상당할 것이라고 보여져요.
문창완 기자 : SKT로선 일단 천적 IG의 출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겠네요. IG는 선발전을 치러야 되는데, 현재 폼으로는 롤드컵 진출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와요.
문대찬 기자 : 리그 간 편차가 이젠 더 이상 크지 않죠. 운도 분명 크게 작용할 겁니다. 상성이 좋지 않은 팀들을 피한다면 우승 확률도 높아지겠죠.
쿠키뉴스 게임스포츠팀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