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사람답게 살게해주세요”…국회에 퍼진 제화공의 절규

“내년에는 사람답게 살게해주세요”…국회에 퍼진 제화공의 절규

기사승인 2019-09-05 15:46:19

“내년에는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불공정 유통 수수료 문제 해결과 제화업계의 상생발전을 위한 토론회’(토론회)에서는 한 60대 제화공의 울분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는 과도한 유통 수수료를 해결하고, 업계의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김남근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정책위원장, 신동열 공정거래위원회 유통거래과 과장, 이희정 중소벤처기업부 판로지원과 과장, 이용희 한국제화산업협회 사무국장 등이 패널로 참석해 상생방안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110여명의 제화공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근로환경 개선’이었다. 정기만 민주노총 제화지부 지부장은 “IMF 이전에는 퇴직금은 아니어도 위로금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퇴직금은커녕 산재를 당하면 자기 돈으로 치료하고 집에서 쉴 수밖에 없는 등 근무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지난 2017년 제화공도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근무실태는 바뀐 것이 없다”며 “현재 대부분의 제화공이 60~70대에 해당한다. 빠른 시간내에 근무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40~50년 동안 가족과 따뜻한 밥 한 끼…” 수십년 경력을 가진 제화공이자 가장인 정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30년 가량 서울 광진구 중곡동 군자교 인근에서 댄스화를 만들어 온 제화공 임경우(56)씨는 “법원에서 인정한 노동자지만 퇴직금, 고용문제, 4대 보험 등 개선된 사항은 한 가지도 없다”며 “앞으로 길어봤자 10년이다. 그 안에 조금이라도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제화공의 절규가 허공에 퍼지는 와중에 이를 해결해 줄 정부관계자는 자리에 없었다. 박완규 민주노총 제화지부 부지부장은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없어서 지금 말하는 발언에 대한 답변 들을 수 없는데도 아쉬워서 말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 그냥 급여가 나오는 업계가 아니다. 신발을 만드는 만큼 급여를 버는 우리가 언제까지 투쟁과 파업을 일삼아야 하는지 가늠도 안 된다”며 “제도권 안에 들어갈 수 있게 마련해달라”고 울부짖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화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유통업체의 독과점 판매수수료가 낮춰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구두 한 켤레의 수익분배에서 홈쇼핑과 백화점에서 가져가는 유통수수료는 38%로 조사됐다. ▲원청(브랜드) 44% ▲하청13% ▲제화노동자 4% 등이다. 

김남근 정책위원장은 “백화점 등 유통사는 브랜드가 얼마나 매출을 올리고 있고 판매가가 얼마인지 정보 제공을 요구한다”며 “이런 식의 거래가 유통업계에 만연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청은 수수료를 내야하니까 하청업체에 인건비 등의 정보를 또 요구한다”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가격을 담합하는 구조를 형성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정책위원장은 “제화노동자의 인건비도 이러한 과정에서 정해진다”며 “유통사, 원청, 하청, 제화노동자 등 4개 주체가 모여 판매 수수료를 인하로 마련한 기금을 통해 제화노동자의 환경 개선을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제화업계 유통수수료를 파악하기 위해 실태조사 분야를 세분화할 계획이다. 신동열 공정거래위원회 유통거래과 과장은 “이전에는 판매수수료를 잡화로 분류해 집계해왔다”면서 “올해부터는 구두 부분은 분리해서 세부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협상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상생협약을 마련해 유통업계 전반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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