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5번째에 이르는 강풍을 몰아치고 있는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가로지르며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7일 오후 4시 기준,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등의 인명피해를 비롯해 교회 첨탑이 떨어져 내리는 등의 재산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오전 10시경 충남 보령에서 농기계창고 지붕을 점검하던 75세 여성이 강풍에 날아가 옆집 화단 벽에 부딪쳐 숨졌다.
이날 오후 2시44분경에는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후문 주차장담벼락이 무너지며 휴식을 취하려 시내버스에서 내리던 38세 운전기사를 덮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외에도 전국에서 강풍이나 강풍으로 인해 떨어져나간 구조물에 7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재산피해도 상당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민간시설 31곳, 공공시설 26곳 등 전국적으로 57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중부·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5만7000여 가구가 정전되고, 2600㏊(26㎢)에 이르는 농경지에서 자라던 벼가 쓰러지거나 과일이 떨어지는 등 대형피해도 있었다. 제주에서는 넙치 2만2000여 마리가 질식사하기도 했다.
대전에서는 주택3곳, 상가 2곳이 침수되기도 했다. 서울과 광주, 강원 등지에서는 교회 첨탑이나 간판이 떨어져 날아가 차량이나 건물을 파손시킨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전북지역에서는 정박 중인 선박이 뒤집히는가 하면 전남 가거도 방파제 공사장의 옹벽이 사라지기도 했다. 가로수나 신호등 등도 곳곳에서 쓰러졌다.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 도로통행 등의 통제도 계속되고 있다. 항공기는 11개 공항의 국제선 34편과 국내선 90편 등 모두 124편이 결항했고, 목포와 마산, 여수 등을 오가는 100개 항로의 여객선 165척의 발도 묶였다. 인천대교, 영종대교 상행선, 군산 장자교, 고군산대교 등 6곳은 통행이 금지됐다. 설악산·북한산 등 21개 국립공원 558개 탐방로 출입도 제한됐다.
한편, 태풍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 황해도 해주시 남서쪽 약 30㎞ 해안에 상륙해 현재 평양 동북동쪽 약 30㎞ 부근에서 북북동진하고 있으며, 오후 6시를 넘겨 온대 저기압으로 바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서울·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도 일부 지역에는 태풍 특보가, 그 밖에 전라 서해안과 경북 동해안에는 강풍 특보가 발효 중이다.
태풍의 영향으로 6일부터 7일 오후 3시까지 내린 비는 제주 윗세오름 416.5㎜, 서귀포 영실 269.0㎜, 신안 가거도 145.0㎜, 전주 덕유봉 127.0㎜, 함양 106.0㎜ 등에 이른다. 기상청은 새벽까지 매우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돼 시설물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