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며 겪었던 고민을 국민 앞에 털어놨다. 대통령이 되며 했던 가장 중요한 약속인 권력기관의 개혁을 지키기 위한 힘든 결정이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9일 오후 2시경 청와대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등 장관급 인사 7명에 대한 임명장을 전달한 후 “임명장을 수여하며 국민께 송구스럽단 말을 한다”는 말로 대국민 담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말은 그간의 고민과 임명의 당위성을 비롯해 국회 인사청문 제도의 문제점과 제도개혁의 의지였다.
문 대통령은 먼저 “헌법상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는 인사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절차를 거치도록 한 것은 청와대 자체 인사검증만으로는 충분할 수 없어 국회가 한 번 더 살펴보고 적합한 인재를 발착하려는 취지다. (그런데) 국회의 절차가 제도의 취지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개혁성이 높은 인사일수록 청문보고서 채택에 어려움이 컸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경우 의혹이 제기되고 배우자가 기소되기도 했다. 반대와 찬성의 격렬한 대립도 있었다.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으로 깊은 고민을 했다”고 ‘대통령의 시간’동안 가졌던 고민의 흔적을 내보였다.
문 대통령은 “원칙과 일관성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할 위법한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임명을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나쁜 선래가 될 것”이라며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조 신임 장관을 향한 검찰의 수삭와 그에 따른 우려에 대해서는 “가족이 수사대상이 되고 일부 기소되는 상황에서 장관 임명될 경우 엄정한 수사에 장애가 되거나 장관 직무수행 염려 많다는 것 알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행동으로 의심할 여지없이 보여줬다”며 검찰과 장관이 각자의 일에 충실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공평과 공정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평범한 국민의 상대적 상실감 절감할 수 있었다. 무거운 마음이다. 정부는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 것”이라며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바로잡고자 노력해왔다. 나아가 제도에 내제된 불공정과 특권까지 없애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좌절시키는 기득권과 불합리의 원천이 되는 제도까지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시작이 고교 서열화와 대학입시의 공정성을 해치는 제도를 포함한 교육분야 개혁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도 보였다.
대통령은 “대선 당시 권력기관개혁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웠고 지지를 받았다. 성실히 수행했고, 많은 성과 있었다. 남은 과제는 정치적 중립보장과 국민의 기관으로 위상을 확립하는 것”이라며 조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겨 법과 제도로 확립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문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전문]
오늘 장관 4명과 장관급 위원장 3명의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국민들께 먼저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에도 6명의 인사에 대해 국회로부터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송부받지 못한 채 임명하게 되었습니다.
헌법상 국회의 동의를 요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는 각 부처 장관과 장관급 인사에 대해 국회의 인사 청문 절차를 거치도록 한 취지는 청와대의 자체 인사 검증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국회와 함께 한 번 더 살펴봄으로써 더 좋은 인재를 발탁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인사 대상자 7명 중 관료 출신으로 현직 차관이었던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 1명에 대해서만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송부받았을 뿐 외부 발탁 후보자 6명에 대해서는 끝내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송부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일이 문재인 정부 들어 거듭되고 있고, 특히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 청문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씀과 함께 국회의 인사 청문 절차가 제도의 취지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고, 국민통합과 좋은 인재의 발탁에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싶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경우 의혹 제기가 많았고, 배우자가 기소되기도 했으며 임명 찬성과 반대의 격렬한 대립이 있었습니다.
자칫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보면서 대통령으로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원칙과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국정운영 책임자로서 선출될 때 국민들께 약속한 공약을 최대한 성실하게 이행할 책무가 있습니다.
저는 지난 대선 때 권력기관 개혁을 가장 중요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고, 그 공약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았습니다.
저는 대통령 취임 후 그 공약을 성실하게 실천했고, 적어도 대통령과 권력기관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개혁에 있어서는 많은 성과가 있었음을 국민들께서 인정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것을 정권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고 법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일입니다.
저는 저를 보좌하여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는 발탁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습니다.
그 의지가 좌초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서 국민들의 넓은 이해와 지지를 당부드립니다.
가족이 수사대상이 되고 일부 기소까지 된 상황에서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엄정한 수사에 장애가 되거나 장관으로서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라는 염려가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엄정한 수사 의지를 행동을 통해 의심할 여지 없이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번 과정을 통해 공평과 공정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평범한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상실감을 다시 한번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무거운 마음입니다.
정부는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 것입니다.
정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요구는 그에서 더 나아가 제도에 내재된 불공정과 특권적 요소까지 없애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국민을 좌절시키는 기득권과 불합리의 원천이 되는 제도까지 개혁해 나가겠습니다.
고교 서열화와 대학 입시의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한번 살피고, 특히 교육 분야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