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으로 암 검사하는 ‘종양표지자검사’ 제대로 알기

혈액으로 암 검사하는 ‘종양표지자검사’ 제대로 알기

기사승인 2019-09-17 11:16:06

혈액검사를 통한 암 검사의 가장 기초가 되는 ‘종양표지자검사’를 해석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암이 발생하면 특정한 물질이 혈액 내에서 증가하게 되는데 이를 ‘종양표지자’라고 한다. 혈액검사를 통해 종양표지자의 증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종양표지자검사는 ▲암 검사에 보조적인 역할 ▲암 환자 치료에 대한 반응이나 경과 확인 ▲치료 후 추적검사 등으로 쓰인다. 

현재 종양표지자검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암세포가 증식된 조직 내에서 나오는 물질로 대표적 종양표지자에는 ‘AFP’, ‘PSA’, ‘CA125’, ‘CEA’, ‘CA19-9’ 등이 있다. 

우선 ‘AFP(α-fetoprotein)’는 간암의 종양표지자검사 지표로 많이 활용된다. ‘AFP’는 ‘태아혈청단백’으로 태아 발생 초기에 생성돼 출생 후 8~10개월이 지나면 성인에서 관찰되는 수치까지 감소하게 된다. 성인에서 높게 관찰되는 경우 간암·간경변·간염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조영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AFP'는 간암의 고위험군에서 복부초음파검사와 함께 간암의 선별에 활용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B형간염의 유병률이 높아서 외국보다 유용할 수 있다”며 “간암의 고위험군인 B형간염 환자, C형간염 환자, 간 경화 환자들에서는 만 40세 이후부터 1년에 2회 'AFP'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SA(Prostate Specific Antigen)'는 전립선암을 판별하는 혈액검사인 ’전립선특이항원검사‘다. 전립선 상피세포에서만 합성되는 효소이기 때문에 전립선암의 선별에 아주 유용하게 활용되는 검사지표다. ‘PSA'는 0~3ng/mL이 정상수치이고 3ng/mL 이상이면 전립선암,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염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직장수지검사, 전립선초음파, 조직검사 등을 해보는 것이 좋다.

김태형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 진단 시 가장 많이 사용되는 PSA검사는 전립선특이항원이 전립선에서 만들어져 전립선 조직에 문제가 있으면 항원 수치가 높게 나와 비교적 빠르고 편리하게 전립선암을 진단하는 방법”이라며 “40대 이상 남성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통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고, 수치가 3ng/mL 이상일 경우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CA125(cancer antigen 125)'는 골반 진찰, 질식 초음파와 함께 주로 난소암, 자궁내막암의 선별진단과 치료 반응도 판정 및 재발 발견에 활용되는 검사항목이다. 정상 참고치는 0~35μg/mL이지만 췌장암, 폐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뿐 아니라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난소 양성 종양, 생리 기간, 전신 염증 상태 등 양성 질환에서도 증가할 수 있어 CA125 단독검사는 선별검사로서의 유용성이 높지는 않다.

이은주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은 질식 초음파와 CA125가 선별검사로 권고되긴 하지만 민감도가 낮아서 난소암의 사망률 감소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지만, 부인암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이나 폐경 후 여성의 경우에는 선별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소암은 초기에 증상이 없어 암으로 진단되었을 때에는 이미 암이 골반 밖으로 전이된 3기인 경우가 많은데, 1기 난소암은 대부분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된다”며 “정기적인 ‘CA125’ 검사 스크리닝을 통해 수치가 높아져 있는 경우, 골반 초음파, 골반 CT촬영 등으로 증상이 없는 난소암을 조기에 발견함으로써 수술을 통한 완치는 물론 임신, 출산 등이 가능한 보존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어 정기적인 검사와 지표를 확인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CEA(carcinoembryonic antigen)’는 ‘암태아성단백항원‘으로 대장암, 폐암, 위암, 췌장암, 담도암 등 대부분 암에서 상승하며 간 경변·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신부전 등에서도 증가할 수 있어 선별검사로서의 의미는 낮은 편이다. 또한, CEA는 간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간으로 전이한 경우나 황달이 생기는 암에서 높은 수치를 나타내므로 다른 장기로의 전이나 재발의 발견 등에 효과적인 검사지표이다.

 ‘CEA’는 흡연자의 경우 수치가 증가할 수 있으므로 판단에 주의해야 하는데, 비흡연자는 5ng/mL이하인 경우 정상으로 볼 수 있으나, 흡연자의 경우에는 비흡연자보다 1~2ng/mL 정도 높을 수 있다. 

신승용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EA’는 대장암을 비롯한 소화기암과 폐암·간암·부인암 등과 전이된 암종에서 수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10ng/mL 이하이면 양성 질환일 가능성이 크고 20ng/mL 이상이면 악성종양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특정 암(대장암)에 대한 특이도와 민감도가 낮으므로 선별검사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면서 “대장암의 경우 종양의 크기 및 임상 병기 결정, 예후 판정, 재발의 발견, 치료반응의 모니터링, 간으로의 전이 검색 등에 매우 유용한 지표로 이용되며, 전이유무 판단에 유용하기 때문에 CEA 수치가 매우 높으면 전이를 의심해야 하는 등의 유용한 지표로 이용된다. 또한 CEA는 간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높은 CEA 수치는 간 전이와 관련될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검사와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췌장암·담도암·담낭 담관암·위암·간암·대장암·만성 췌장염·담석증·만성간염·간경변증 등에 의해 수치가 상승하는 ‘CA19-9(carbohydrate antigen 19-9)’는 당지질로 루이스(Lewis) 혈액형 항원이 변형된 것으로 소화기계 암의 진단, 예후 판정 및 재발 판정을 돕는 종양표지자검사이다.

 ‘CA19-9’ 정상 참고치는 검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체로 0~37U/mL이며, 췌장암의 병기와는 관련이 없고 췌장염·위궤양·궤양성 대장염 등의 다양한 양성 질환에서도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췌장암이 있어도 CA19-9가 상승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담도암 등 다른 종양이나 췌장염 상태에서도 이 수치가 상승할 수도 있어 단편적 선별검사로서의 유용성은 낮다.

도재혁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A19-9’은 췌장암의 병기와는 큰 상관이 없는 비특이적 검사이고 진단율이 낮아 선별검사로 권고되지 않으나, 췌장암이나 담도암에서 CA19-9 수치가 높은 경우에는 예후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치료 후 CA19-9 수치가 다시 증가하는 것은 재발을 의심할 수 있는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며 “CA19-9은 암이 아니라도 여러 가지 다른 요인으로 상승할 수 있어 위·대장내시경과 복부 CT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혈액검사를 통한 종양표지자검사가 암을 선별 진단하는 가장 기초적인 검사이기는 하지만 암이 아닌 다른 영향에 의한 경우에도 증가할 수 있는 비특이적인 검사이므로,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단편적으로 걱정만 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추가검사 후 정기적인 추적관찰 및 필요에 따른 영상촬영검사와 조직검사까지 고려해봐야 한다.

이미경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잘 알려진 종양표지자들은 비종양성 병변에서도 상승할 수 있어 종양표지자 하나만으로는 암을 단정하지 못하며 암의 정확한 진단은 진찰소견, 조직검사, 영상의학적 검사 등을 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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