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별로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주는 심혈관계 위험인자(cardiometabolic risk factor)가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여자는 비만, 고혈압, 당뇨병, 남자는 저체중이 대뇌피질두께 감소의 위험요인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치매 임상연구 인프라 구축 학술연구용역 사업을 통해 남녀별로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주는 심혈관계 위험인자가 다르다는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학술연구용역을 맡은 삼성서울병원 연구진(서상원 교수, 김시은 (전)임상강사, (현)해운대백병원 교수, 의생명정보센터)은 65세 이상 1322명의 인지기능이 정상인 노인을 대상으로 단면적 연구를 시행했다. 연구진은 MRI 영상의 대뇌피질 두께를 측정했고, 심장대사 위험요인과 대뇌피질 두께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 상대적으로 없는 경우에 비해 대뇌피질 두께가 얇았고, 특히 비만(BMI ≥ 27.5 kg/m2) 여성에서는 나이에 따른 대뇌피질 두께 감소 속도가 빨라졌다. 또 낮은 교육 연수(< 6 years)가 두께 감소와 연관성이 있었다.
이와 반대로, 남성의 경우 저체중이 대뇌피질 두께 감소와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남녀 호르몬 차이, 식이, 흡연, 알코올 섭취, 운동량, 유전적 소인 등이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연구진은 여성에서 남성보다 대뇌피질이 심혈관 위험인자에 더 취약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결론이 없고 향후 추가연구가 필요하나, 항염증 효과를 가진 에스트로겐 호르몬과 사회학적 차이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뇌피질 두께 감소(대뇌피질 위축)는 치매환자 뿐만 아니라 정상인에서도 인지기능저하를 예측할 수 있는 잠재적 인자로 알려져 있다. 대뇌피질 두께가 지나치게 얇아지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연구를 주도한 서상원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심혈관계 위험인자가 있는 여성이 같은 조건의 남성보다 대뇌피질 두께가 더 얇아질 수 있고, 이는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되므로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중요함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는 현 상황에서 예방 및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 연구 결과는 남녀별로 치매 발병 위험인자가 다를 수 있음을 밝혀 치매예방의 실마리를 제공해준 의미있는 연구”라며 “여성은 비만, 고혈압, 당뇨 관리가 그리고 남성은 저체중관리가 치매예방 및 장기적인 치매 발병률을 낮추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남녀별 심혈관계 위험인자(cardiometabolic risk factor)와 대뇌피질 두께와의 연관성’으로 국제학술지인 신경학(Neurology)에 9월 10일자로 게재됐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