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의료원장 윤도흠)이 기부문화의 인식전환과 선진화를 위해 유산기부 문화 조성에 나선다.
연세의료원은 18일 세브란스병원 우리라운지에서 유언이나 공증을 통해 유산을 기부한 기부자와 가족, 지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산기부자 클럽 ‘세브란스 오블리주’ 런칭행사를 가졌다.
행사에는 김모임 전 보건복지부 장관(연세대 명예교수)과 황춘서씨 등 유언이나 공증을 통해 유산을 기부한 기부자와 가족, 지인 등 9명과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을 비롯해 원종욱 연세대 보건대학원장, 장양수 연세대 의과대학장, 최성호 연세대 치과대학장, 이태화 연세대 간호대학장 등이 참석했다.
연세의료원은 기부문화의 꽃이라 불리는 유산기부자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브란스 오블리주’를 런칭했다. 유산기부를 결정한 기부자들을 예우하며 유산기부 문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유산기부에 대한 인식이 기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환자치료와 의학연구 발전을 위해 자신의 유산을 기부해 주신 기부자분들의 숭고한 의지를 계승하고 유산기부 문화의 인식 전환을 위해 세브란스 오블리주 를 런칭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의료원장은 “기부금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이 잘 치료 받고, 의학 발전에 사용해 환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세브란스 오블리주 소개와 함께 유산기부자들의 뜻을 되새겼다. 이어 ‘세브란스 명예의 전당’을 둘러본 후 연세대학교 총장공관에서 감사패 전달식을 가졌다.
연세의료원에는 지금까지 총 17명이 유산기부에 참여해 200여억원을 기부했다. 2013년 고 한동관 전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를 시작으로 퇴임 교수들과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생을 비롯해 일반인까지 9명이 유언을 통해 91억원 이상을 기부했다. 유언공증을 통해 기부의사를 밝힌 기부자도 9명으로, 기부액만 117억원에 이른다. 유산기부는 부동산에서부터 예금 등 다양한 형태로 기부되고 있다.
김모임 전 장관은 2014년 연세대 간호대학에 간호발전을 위해 동교동 빌딩과 동산 등 26억원 상당의 자산을 사후기부를 약정했다. 김 전 장관의 기부금은 간호 관련 정책 개발과 연구활동에 사용될 예정이다. 김 전 장관은 유산 기부 전에도 10억원을 연세대 간호대학과 세브란스병원에 10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평소 유산기부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던 고 김택현씨는 2015년 췌장암 진단을 받으면서 유산을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부인 이지자씨에게 이야기했다. 호스피스 봉사를 다니며 이웃사랑을 실천해 온 남편의 봉사정신을 알고 있던 이씨는 남편의 의사를 존중해 30억원 상당의 자산을 연세대 의과대학에 기부약정했다. 이씨는 유산기부와 함께 자신의 시신도 의과대학생 교육을 위해 시신기증 의사도 밝혔다.
2017년 작고한 고 이순분 전 강남세브란스병원 간호팀장은 대장암 치료를 받으며 환자들이 치료 받으며 투병생활을 하다가 평소 자신의 유산을 기부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전 팀장의 형제들은 그의 유지를 이어받아 유산 2억 5천만원을 기부했다. 1억원은 간호사들이 더욱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기부금으로 사용됐으며, 1억원은 간호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기부금으로 기부됐다. 이 전 팀장은 투병 중에도 환자들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강남세브란스병원 시설개선을 위해 1억여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 기부선진국에서는 이미 유산기부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유산기부액은 47조원으로 전체 기부금의 약 8% 수준이며, 영국의 경우 4조 3457억여원으로 전체 기금모금액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기부 선진국에서는 유산기부를 공익 실현과 사회적 자본의 축적, 양극화 해소를 위한 기부의 한 형태로 인식하고 있다.
병원에 대한 기부도 활성화 돼 있다. 메이요클리닉과 존스홉킨스병원 등 미국의 주요 병원들 역시 유산기부자를 대상으로 초청행사도 진행하며 예우하고 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