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거나 화를 낼 때 갑자기 힘이 픽 빠지는 증상이 있다면 밤에 수면을 취했더라도 수면장애를 의심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20일 지기환 인제대부산백병원 신경과 교수는 "낮졸림증이 심하고, 또 크게 웃는 등 강한 감정변화 시 순간적으로 근육의 힘이 빠진다면 수면장애 가운데 기면병일 수 있다"며 "기면병은 여타 수면장애 질환과 다른 양상을 보이므로 반드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면장애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4~2018년 수면장애 진료인원을 분석한 결과 연간 57만명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수면장애 환자는 연평균 8.1% 늘었다.
특히 수면장애 가운데 기면병(증)은 평생 완치가 어려운 희귀난치성질환에 해당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면과 각성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히포크레틴 감소와 유전자(HLA-DQB1*0602)의 비정상적 발현과 관계된 것으로 알려진다.
통상적으로 기면병 발병률은 0.025~0.05%로 인구 10만명당 25~50명가량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 지 교수는 "실제 진료 경험상 수면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100명 중 1~2명 내외"라며 "다만, 기면증이 의심되는 환자군, 즉 주간 과다졸음증을 호소하는 환자로 범위를 넓혀본다면, 전체 수면장애 환자군의 30~40% 정도로 범위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밤에 충분히 잠을 자고도 낮에 졸음이 몰려오는 '낮졸림증'이 대표적 증상이다. 흔히 수면부족이나 피로누적으로 생각하고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장 눈 여겨 볼 증상이 바로 '탈력발작'이다. 강한 감정 변화가 있을 때 갑작스럽게 근육의 힘이 빠지는 증상으로, 기면증 환자의 50∼70%에서 발생한다. 이 외에도 만성피로, 수면무호흡, 하지불안증후군, 수면과다증 등 수면장애 증상이 동반된다.
기면병은 소아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지 교수는 "소아 환자들은 성인과 다르게 부주의함, 큰 감정적 기복, 과다행동, 학업능력 저하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아이가 특별한 이유 없이 넘어지거나, 수업 시간 중 졸음 증상으로 잦은 주의를 받거나, 혹은 뚜렷한 이유 없이 학업성적이 떨어진다면 기면병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또 소아의 탈력발작은 성인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간혹 눈썹을 올리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안면근육의 이상증세 또는 입과 혀에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기면병의 진단은 환자 및 보호자와의 상담∙신체 진찰 등을 통해 이뤄진다. 실제 수면다원검사와 다중수면잠복기검사가 필요한 경우 검사 시행까지는 병원 사정에 따라 1~3개월 정도 소요된다. 단, 다중수면잠복기 검사에서도 확진 소견이 나오지 않는 일부 환자의 경우 히포크레틴 농도를 측정하는 등 확진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기면병은 약물 및 행동 치료로 증상을 조절하는 만성질환이다. 지 교수는 "기면병은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꾸준한 약물치료와 행동치료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학업이나 직장에서 해고를 당할 위험이 높다. 특히, 성인 환자는 장거리 운전 시 사고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큰 상처는 ‘남들의 시선’이다. 우리나라처럼 학업 스트레스가 많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 기면병 환자가 능력 없고 무책임하며 게으른 사람으로 낙인 찍혀 사회적으로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며 " 때문에 기면병이 의심되면 반드시 수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