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처럼 생긴 정육면체 모형의 각 면에 이집트, 숭례문, 에펠탑 등 유명한 랜드마크들이 그려져 있다. 한 면을 카메라 앞에 갖다 대자 우측 스크린에서 랜드마크들이 AR로 화면에 나타난다. 손 안에 피사의 사탑을 들고 컨셉사진을 찍으니 곧바로 프린트를 통해 사진이 출력된다.
3D 응용솔루션 전문기업 다윈테크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증강현실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광주에서 만들어진 다윈테크는 박대원 대표를 중심으로 8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0억 매출을 달성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박대원 대표는 “사람들이 VR·AR이라고 하면 새롭지만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AR 사진관 같은 친숙하고 감성적인 소재를 활용해 사람들에게 장벽을 낮추고 대중화 시키려는 목적으로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역에서 사업을 운영하다보니 수요·공급처가 상당히 좁고 인력 수급이 어려워 오히려 서울에서 일거리를 가져오기도 한다”며 지역 사업의 어려움을 설명한 후 “실감미디어를 지역산업과 연계하기 위해 광주에서 큰 규모를 차지하는 자동차산업 중 친환경 전기차 정비 콘텐츠를 VR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6일 개막한 국내 최대 규모 문화 콘텐츠 전시회 ‘2019 광주 에이스 페어’에서는 다윈테크처럼 흥미로운 VR·AR 콘텐츠 및 장비를 만드는 업체들이 대거 참가했다. 실감미디어의 대중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농구와 줄넘기의 동작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인공지능형 MR(Mixed Reality) 게임도 체험할 수 있었다. 플랫폼 서비스 기업 인터보이드는 머신러닝과 동작 트래킹 기술을 적용한 실사 길거리 농구 게임 ‘덩크슛’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사람의 가상 동작만으로도 실제와 같은 동작을 스크린 상에 보여준다. 센서가 붙은 공을 화면에 ‘던지는 척’ 하니 농구공이 골대에 들어가는 게임이 진행됐다.
조인성 인터보이드 대표는 “이번에 출시된 3종의 제품과 서비스는 ‘기술을 통한 혁신’을 보다 많은 분들이 친숙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 개발된 것”이라며 “현재 개발 중인 재활치료 및 육아보육 서비스와 콘텐츠를 연내 선보이는 등 사회의료(social medical care)와 보건복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미디어의 익스트림 VR 콘텐츠 패러글라이딩은 예약자를 시간대별로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실제 패러글라이딩처럼 생긴 의자에 앉아 VR 기기를 쓰니 사방으로 바람이 불어오며 눈 앞에 강원도 강진에서의 하늘이 펼쳐진다. 산 전망에서 마을, 도로로 고도가 내려갈수록 그에 맞는 화면들이1인칭 시점으로 나타난다. 가끔 왼쪽으로 바람이 불어오면 의자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진다. 패러글라이딩 VR을 참여한 관람객들은 저마다 “생각보다 실감난다”고 평했다.
현대미디어 관계자는 “상용화가 되면 패러글라이딩 화면이 전라남도 강진의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기존 지루한 홍보영상에서 벗어나 체험형 맞춤 콘텐츠로 지역을 알리고 방문객에게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미디어는 패러글라이딩 뿐 아니라 웨이크보드, 모토크로스 등 익스트림 스포츠의 생동감 있는 경험을 모두가 경험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터를 제작했다. 현대미디어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 에이스 페어에서 모토크로스 VR을 운영한 결과 참여인원 400명 중 93.2%가 다시체험하고 싶다는 대답을 했다고 밝혔다.
CJ 이노베이션랩과 매니아마인드가 tvN 드라마 ‘나인: 아홉번의 시간 여행’의 IP를 활용해 제작한, 스핀오프 성격의 VR 콘텐츠도 만나볼 수 있다. 관객이 직접 작품에 참여해 스토리의 결정에 관여하는 ‘이머시브 VR 시어터(관객 참여형 공연)’ 장르의 작품이다.
작품에 참여하는 두 명의 관람자들이 가상현실로 구현된 드라마 속 한 장면에 직접 참여해 각자의 스토리를 즐기게 된다. 콘텐츠 속에서 관람자가 취하는 행동과 선택은 모두 드라마의 결과에 반영된다. 각각의 관람자들에 의해 전개되던 개별적 스토리가 향후 하나로 교차되며 대단원을 맞이한다. 이 과정은 정교하게 구현된 가상현실 공간 속에서 진행되며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가 스토리 진행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장르의 특성과 맞물려 몰입감을 선사한다.
케이블 채널의 교류도 활발하다. 한 교육방송 관계자는 "에이스페어 4회 때부터 매년 참가하고 있는데 저희 교육용 콘텐츠를 해외로 수출하기도 하고 아니면 다른 콘텐츠를 저희가 구입하기도 한다"며 "사실 수출면에서는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진 않지만 재밌고 참신한 콘텐츠를 사가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2019 광주 에이스페어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국내 최대 규모의 콘텐츠 마켓으로 불리는 이 행사는 올해 32개국 410개 기업이 참여했다. 체험형 전시와 라이선싱 상담회, 학술행사, 특별 부대행사 등이 진행된다.
광주=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