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형 안신전환대출 등 이름부터 서민을 대상으로 출시된 정책 상품들이 잇따라 형평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 속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자격은 변동금리·준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차주 중 1주택 가구로 부부 합산소득 8500만원 이하, 신혼부부 및 2자녀 이상은 1억원까지 범위가 확대된다. 주택가격은 9억원 이하다. 총 20조원 한도 내에서 주택 가격이 낮은 순서부터 대상자를 선정한다. 대출금리는 10∼30년 만기 연 1.85∼2.10% 고정금리로 기존 대출을 최대 5억원까지 신청 가능하다.
문제는 대출조건이 서민이라고 보기에 다소 어렵다는 점이다. 기준대로라면 신혼부부의 경우 부부합산 연소득이 1억원까지 가능한데 이를 절반으로 나누면 연봉은 각각 5000만원, 월급은 400만원이 훌쩍 넘는 수준이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 기준 가구원수별 중위소득보다 높다. 발표에 따르면 2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월 299만1980원이다.
중위소득은 대한민국 모든 가구의 소득을 금액별로 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의미한다. 이는 2015년 7월부터 정부의 복지사업 대상자 선정 기준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는 대상자에서 제외돼 저리로 갈아탈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소득에 있어 더욱 서민에 속하는 사람들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주거복지연대 양진호 사무국장은 “정부의 행복주택 신혼부부 소득 기준도 높게 책정돼 논란이 있다. 이에 맞추다보니 대출도 높게 책정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1가구 1주택자에게 대출해주는 부분도 문제”라며 “다주택자보다 1주택자가 부자인 경우도 많다. 예컨대 작은 빌라 두 채를 가진 사람보다 9억짜리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부자일 텐데 지원은 1주택자에게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지원이라면 상대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우선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주택금융공사 측은 주택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대환을 지원하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한 직원은 “한도 20조원까지 신청이 접수되면 낮은 주택 가격부터 지원이 결정된다”며 “주택 가격 9억원에 근접할수록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접수 시작 일주일 만에 공급 총액을 넘어선 만큼 인기가 커서 낮은 주택을 보유하신 분들에게 먼저 지원이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민들을 울리고 있는 정책은 또 있었다. 바로 역세권 청년주택이다. 청년주택은 서울시 지원으로 민간사업자가 역세권에 임대주택(공공·민간)을 지어 청년에게 우선 공급하는 정책이다.
최근 청년주택은 일반 공급분의 입주 자격에 소득이나 자산 기준을 따로 적용하지 않아 고소득, 자산가 청년들도 입주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최근 모집을 받았던 충정로 청년주택의 주택형별 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한 결과 환산전세금은 1억2479만원~2억5574만원 수준으로 확인됐다. 인근 오피스텔의 평균 환산전세금(1억3790만원~1억8929만원)과 비교했을 때 일부 평형대에서는 청년주택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