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여부를 두고 국토교통부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집값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도입 시기를 연장하자니 집값 상승세에 불을 지필까봐서다. 또한 예정대로 진행하자니 이마저도 공급 위축으로 인해 집값이 오를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정부가 정책 시기를 두고 모호한 자세를 취하자 업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상한제가 예정대로 10월부터 곧바로 시행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는 의견과 미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공급 부족…시기 늦출 것=일각에서는 최근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오르고 주춤했던 재건축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정부가 상한제 도입을 서두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정부나 여당 내에서도 상한제 시행 여부를 두고 엇박자가 나고 있다. 상한제 도입에 적극적인 국토교통부와 달리 경제 전반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신중론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달 진행된 국회 대정부 질문이나 언론 인터뷰 등에서 “분양가 상한제는 강력한 효과도 있지만, 공급 위축 등의 부작용이 있어 같이 고려해야 한다”, “(제도는 만들어놓되) 상한제 시행 시기와 지역은 경제장관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강남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관리처분인가 단지에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은 '소급 입법'이라며 반대 투쟁을 벌이고도 있다.
한 조합원 관계자는 “상한제로 인해 조합원 분담금이 1억∼2억원 가량 늘어나 입주를 포기하고 집을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며 “결국 현금부자만 더 부자가 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예정대로 진행될 것=반면 최근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상한제 적용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근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확대를 담은 주택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의 입법 예고를 끝냈다. 입법 예고 이후 시행령 개정안은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10월 초께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공론화하기 시작한 6월 하순 이후에도 계속 올라 지난주까지 13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주에는 서울 아파트값이 전 주 대비 0.06% 오르며 지난해 10월 둘째 주(0.07%) 이후 약 1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상한제 도입 시기를 연기할 경우 최근 집값 상승세에 불을 지피는 꼴이 될 수 있다”며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라도 예상보다 시행시기를 앞당기고 적용 지역도 넓힐 수 있다. 국토부도 난처한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