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결합상품 등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치권과 업계 일각에서는 고위험 상품은 증권사가 전담 판매하도록 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 원금 손실을 부른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를 계기로 은행이 위험상품 판매처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어서다.
은행 고객과 증권사 고객은 투자 위험 성향 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 은행은 일반 금융 서비스와 예금 위주의 안정 성향 고객이 대부분이다. 증권사는 투자 수익 창출을 위한 중·고위험 지향 성향의 투자자들이 많다.
실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서 제일 많이 팔린 이번 파생결합상품 사태의 가입 고객 분석 결과 파생상품 무경험자가 21.8%로 1431억원에 달했다. 또 고령자인 60대와 70대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은행 상품이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있는 안정 추구형 고객들이 투자했다가 대거 손실을 봤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금감원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가 20%에 달해, 판매 과정에서 원금 비보장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은행이 증권사 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2000년부터다. 금융지주사 체제가 시작되면서 ‘겸업주의’가 도입돼 한 금융사가 은행과 증권, 보험을 모두 취급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겸업주의가 이번 파생결합상품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고위험 상품 판매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수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김병욱 의원, 전해철 의원 등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입을 모아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은 엇갈렸다. 금융위원회는 원천판매 금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금융감독원은 원천 금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정무위 의원들의 질타에 “고위험 상품 원천 판매 금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윤석헌 금감원장은 “은행이 절대 안 된다는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조건부로 일부 상품에 대해 판매 금지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시민단체의 경우 은행의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은행과 증권사 고객은 성향 차이가 크다. 특히 이번에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파생결합상품은 전문가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예금자 고객이 많은 은행이 팔기 적절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시장 역량이 안 되는 상태에서 겸업주의가 시행되면서 문제가 많다.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이번 기회에 증권사들도 제대로 된 금융상품 판매 역량과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