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농협들이 창고 등 건축물을 지으면서 일부 특정업체와 설계도면을 수의계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의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또 거론되는 업체들이 수십년간 농업 분야를 전문적으로 특화해 온 점을 고려하면 농협의 일감 몰아주기 현상은 고착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농협 설계업무 일부 업체 집중...수의계약 공정성, 형평성, 부조리 의혹 오명도
2018년 현재 전라북도에 등록된 건축사만 409개 업체.
일부 업체는 해를 거듭하며 사세를 확정하고 있지만 또 다른 업체들은 사업부진으로 1인 회사를 운영하면서 폐업을 걱정해야 될 판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업체에 쏠리는 농협의 건축물 설계도면 수의계약 현상은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최근에 발주한 전북 전주시 ‘A' 농협의 벼 건조시설 입찰공고도 업계의 도마위에 올랐다.
'A' 농협은 해당 공사를 전기와 건축으로 나눠 각각 입찰 공고했다.
해당 입찰공고에는 공사명, 공사현장, 공사기간, 공사내용 등이 담겨졌고 입찰과 관련한 세부사항은 설계도면을 참조하라고만 적시돼 있다.
이에 건축사 관련, 업체들은 “설계도면은 수의계약한 것으로 볼수 있다. 농협이 공개입찰에 참여할 기회마저 박탈했다. 깜깜이 수의계약은 형평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해당 농협 관계자는 "전북도 혹은 국가 보조금이 투입되면 나라장터 등 전자공시 입찰을 한다. 그러나 농협 개별 사업의 경우 수의계약을 해오고 있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사실 농협 건축물 수의계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으로 이미 수십년 전부터 진행돼 왔다.
또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업체 편중 현상은 나아진게 없어 보이는 것도 현실이다.
일부 건축사들은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농협이 발주하는 일부 창고 건축물의 경우 공기정화 시설 등 다양한 설계도면이 필요하다. 어찌보면 일부 건축설계와 다르고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몇몇 업체를 선호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농협 계약 담당자들이 이들 업체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입찰 업체들 파악에 드는 업무 비용과 시간 등 감당하기 싫은 업무 편의주의적인 면도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입찰하고 향후 문제가 발생하면 골치 아프다. 공정성, 형평성을 생각하기 이전에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관계자들도 “수의계약하는 업체들의 시공능력, 서비스, 대민대응능력 등을 볼 수밖에 없다”고 답해 이같은 주장에 긍정하는 모습이다.
수의계약을 해온 특정업체 관계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B' 건축사 대표는 “현재 전북지역은 1인 건축사무소만 80%정도 된다. 이런 상황에서 특화된 분야를 개척해야지 살아남는다. 의료계도 병원 설계 관련 전문 건축사들이 있다. 나 역시 농업 설계와 관련해서 20년이 넘었다. 많은 노력을 했고 지금도 공부한다. 노하우가 쌓일 수밖에 없다. 현재는 타 시도 농협에서 들어오는 의뢰가 더 많다. 농협도 이를 인정하고 일을 주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상생도 하고 시공능력도 키우고...두마리 토끼 잡자
전북지역에는 현재 109개 농·축·수협과 산림조합이 있다.
제법 규모가 큰 단위 농협의 경우 1년에 평균 4~5건의 건축 관련 입찰공고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금액은 평균 2~3억원대. 보통 미곡처리장이나 창고 등으로 전해진다.
또 농협이 발주하는 설계도면의 수의계약은 5,500만원까지이고 그 이상은 입찰을 해야 한다. 이는 건축물 5~6%에 해당하며 공사가격만 약 10억원 대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건축물의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체 공사 규모가 10억 원이 넘는다 하더라도 전기와 건축 등 설계도면을 분할할 경우 입찰 요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역시 관련업계에서는 오랫동안 지적돼 온 사항이며, 결탁에 따른 부조리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 업계에서는 다양한 건축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수의계약을 자제하는 등 다각적인 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몇몇 업체의 독점현상에 선정과정 유착관계를 의심 받는 것보다는 입찰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도록 유도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농협 등 조합들이 1년에 2억원 대 공사를 한차례씩 만 입찰 공고를 내도 전체 200억원 대에 이른다. 그런데도 설계도면 입찰여부를 알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경기 불황으로 사무실 운영이 쉽지 않다. 수의계약으로 몇 개 업체가 일감을 다 가져가면 살아 남을 길이 없다”며 “장기적으로 봐야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상생할 수 있는 배려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의 공개 입찰 노력과 함께 관련업계의 변화와 자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수주한 일을 용역사에 재위탁하는 사례는 개선해야 될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내 건축사 한 관계자는 “자동차가 2만개의 부속으로 이뤄졌다면 건축 설계의 경우는 준공까지 3만가지의 공정이 필요하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며 “상당수가 건축설계를 통째로 용역에 맡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발주처 입장에서 설계 변경하는 일이 발생하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등 어려움이 뒤따른다. 결국 납품일자나 업무 협의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돌출될 수밖에 없다. 농협에서도 이런 문제 때문에 기존 업체를 믿고 일을 주는 것"이라고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부터 기관 공사 1억 원 이상은 현장 설계로 전환된다. 설사 일을 맡아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업체들 스스로 업무를 해나갈 수 있는 자정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