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과 갑질로 물의를 빚은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의 거취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열린다. 다만 업계에서는 권 회장이 물러나지 않고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권 회장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는 긴급 이사회가 오는 30일 열린다. 이사회는 회장과 비상근부회장(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2명, 김영과 공익이사(전 한국증권금융 사장) 회원이사 등을 포함한 12명으로 구성된다.
업계에서는 권 회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 선에서 마무리 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권 회장과 증권사 사장단이 모인 간담회 자리에서도 각사 사장들이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의 결정도 이같은 동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러나지 않는 쪽으로 분위기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두고 볼 일”이라면서도 “(현재 내부 분위기는)사실상 권 회장이 버티는 쪽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다만 권 회장이 보직을 유지하는 쪽으로 갈무리 된다 해도 비판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사무금융노조 측은 권 회장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강경 대응 입장을 내놨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만일 이사회에서 재신임 결정이 내려진다면, 그건 권 회장의 문제를 넘어 (폭언 갑질 사태에 대한)이사회의 책임도 생기는 것”이라며 “권 회장이 사과는 했지만 책임은 지지 않은 상태다. 사퇴만이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퇴하지 않을 시 앞서 예고한 대로 모든 법적 수단과 퇴진을 위한 금융노동자 서명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의 문제는 지난 국감에서도 도마에 올라 비판을 받았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금융투자협회장이 각종 물의를 빚고 있는데 금융위원회에서 관리감독을 해야하지 않겠나”며 “좀 적극 나서보라. 내가 보기에도 정도가 심한 것 같다”고 질타했다.
권 회장은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임직원과 운전기사 등에게 폭언을 한 것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지난 18일 연합뉴스TV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권 회장은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오늘 새벽 3시까지 술 먹으니 각오하라”고 말했다. 이에 운전기사가 “오늘이 아이 생일”이라고 호소하자 “미리 얘기를 해야지 바보같이, 그러니까 인정을 못 받는 것”이라고 꾸짖었다. 또 회사 직원에게 기자를 폭행 및 위협하라는 지시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권 회장은 지난 21일 공식 입장을 냈다. 권 회장은 “제 부덕함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 특히 기자 여러분, 여성분들, 운전기사분을 포함한 협회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뉘우친다. 어떤 구차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관계되는 각계각층에 계신 많은 분들의 의견과 뜻을 구해 그에 따르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