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부터 신혼부부 전·월세 보증금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 신혼부부 혜택을 강화한다. 다만 임차보증금 지원 대상에 소득 기준은 있지만 자산기준을 두지 않아 부부합산 최대 1억원까지 지원대상이 늘어나는 만큼, 일부 돈 많은 무주택자의 악용 소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같은 지원으로 인해 발생한 전세수요 및 전세값 증가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 신혼부부 절반 지원”=서울시는 내년부터 2022년까지 연간 2만5000쌍의 신혼부부 주거복지를 지원하는 내용의 ‘서울시 신혼부부 주거지원 사업계획’을 밝혔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서울에서 1년에 5만쌍이 결혼한다”며 “결론적으로 신혼부부 두쌍 중 한쌍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신혼부부 주거지원 사업은 크게 ▲금융 지원 ▲임대주택 물량 확대 둘로 나뉜다. 비판 여론이 거센 건 금융지원 부분이다. 이에 대해 살펴보면 시는 신혼부부가 낮은 금리로 전월세 보증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임차지원금 대상을 대폭 늘린다. 이는 보증금 5억원 이하의 전셋집 중에 시가 최대 2억원까지 보증금을 융자해주고 대출이자 일부를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지원 대상 확대를 위해 소득 기준을 종전 부부합산 8000만원 이하(도시근로자 평균소득 120%이하)에서 1억원 이하(150%이하)로 대폭 완화한다.
또 신혼부부임을 따지는 기간도 결혼 5년 이내에서 7년 이내로 확대하고, 자녀가 있는 경우 1자녀 0.2%, 2자녀 0.4%, 3자녀 이상 0.6% 등 추가적인 우대금리를 지원한다. 여기에 혼인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함께 살면서 사회 통념상 부부로 볼 수 있는 ‘사실혼 부부’도 처음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서민 위한 대책 아냐”=문제는 시가 신혼부부 지원 대상을 대폭 늘렸지만 임차보증금 지원 정책에서 신혼부부의 ‘자산 규모’를 따지는 기준이 없어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하는 이들이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는 혜택 기준을 종전 부부합산 8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완화했다. 수요자들은 주거 안정 혜택을 발표하기에 앞서 국가나 시에서 ‘서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신혼부부 및 사회초년생 전세자금 대출 관련 부동산 커뮤니티 채팅방에서는 “부부 중 한쪽 연봉이 6000만원, 다른 한쪽이 3500만원이더라도, 혜택을 다 받게 된다” “연봉 1억이면 세후 월 6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서민의 기준을 잘 모르는 듯” “세금을 저런 식으로 쓰는 건 옳지 않다” “전세수요 증가가 집값 상승 시킬거다”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민이나 사실혼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정책이 이뤄져선 안된다고 충고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부부합산 1억이라고 해도 이들을 과연 서민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정치적 의견이 개입된 포퓰리즘 정책 남발로 재정 낭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혼의 경우도 사회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선 많은 신혼부부에게 혜택을 주는 것보다 주거취약계층에게 집중 지원하는 방향이 적절하지 싶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