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10시 대전 한밭체육관. 대전시 라지볼탁구 왕중왕 대회에 참가한 100여명의 남녀 어르신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경기를 벌이고 있었다.
이날 대회는 모든 선수들이 참가해 한판 승부를 벌인 자리였다. 어르신들은 지난 4월부터 올해 라지볼 탁구리그전을 벌여왔다. 32주에 걸친 장기 레이스를 펼쳐온 것이다. 참가 어르신들의 연령대는 60-80대.
매주 토요일 어르신들은 한밭체육관 인근에 자리한 ‘에이스 탁구교실’에서 고강도의 탁구훈련(?)을 해왔다. 이 탁구교실에서 어르신들은 탁구기량을 쌓고 탁구시합도 벌여왔다. 탁구리그전을 주도해온 대전라지볼탁구연맹(회장 최규수)은 개인 복식, 단식, 혼합복식 경기 등을 치러 시상도 했다.
이날 왕중왕전에 참가한 라지볼 샛별동우회 이상준 회장(81)은 “상대방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함께 즐긴다는 기분으로 경기를 치렀다”면서 “라지볼탁구는 건강에 좋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라고 말했다. 80대 고령인 이 회장은 하루 4-5시간, 주말도 잊은 채 라지볼탁구에 빠져 산다고 전했다.
대전라지볼탁구연맹에 소속돼 탁구를 즐기는 80대 어르신은 20여명, 70대 어르신은 100여명에 달한다. 이 곳에서 최고령인 86세 어르신도 탁구라켓을 자유자재로 휘두른다. ‘세상에 이런 일이’ 란 말이 절로 나온다.
60대 나이의 김복식 라지볼탁구 신탄진동호회장은 “라지볼 탁구는 몸의 순발력을 키워주고, 잡념과 스트레스를 말끔히 풀어준다”면서 “라지볼 탁구의 매력이 알려지면서 동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스 탁구교실’의 관장이기도 한 대전라지볼탁구연맹 윤석원 전무이사는 “라지볼 탁구에 흠뻑 빠져 즐기는 어르신들을 보면 활력이 치솟는다”며 “탁구를 통한 어르신들의 탄탄한 친목은 대전 라지볼탁구 동호인의 대표적인 자랑거리”라고 전했다.
대전에서 라지볼 탁구 회원으로 활동하는 어르신은 7개 동호인 및 개인 등을 합쳐 300여명에 달한다. 어르신들의 탁구 실력도 대단하다. 이달 초 청양에서 열린 전국어르신페스티벌대회에서 대전의 남자 70대, 여자 70대 선수들은 각기 3위를 차지했다. 지난 7월 철원에서 열린 문화체육부장관기 대회에서는 대전의 남자 70대가 3위, 남자 60대가 2위에 올랐다. 지난 4월 단양에서 열린 전국어르신페스티벌에서는 대전 남녀 선수들(각 5명)이 2위와 3위를 각각 차지했다.
대전라지볼탁구연맹 최규수 회장은 탁구 프로출신으로 동호인들을 지도해왔다. 최 회장은 이날 대회 개막식의 인사말에서 “대전라지볼탁구 주말 리그전은 국내 처음으로 시도된 흥미로운 이벤트”라며 “오늘 탁구경기가 어르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어르신들이 탁구로 인해 행복하다면 그보다 큰 보람이 있을까라고 말한다. 그는 이를 깊이 느꼈는지 이날 개막식 인사말 중 잠시 울컥해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라지볼 탁구 인구가 갈수록 증가하는 만큼 수용 시설과 지도 인력의 확충이 요구된다”며 “대전에 라지볼탁구 전용구장이 갖춰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대회에 장종태 대전서구청장과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축전을 보내왔다. 또 안창인 전국라지볼탁구연맹 전무이사는 대회 개회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한편, 라지볼 탁구에선 일반 탁구공보다 약간 큰 공을 사용한다. 직경이 44mm, 무게 2.2g이다. 라지볼 탁구는 표면에 핌플러버를 부착한 라켓을 사용하고, 네트 높이는 기존보다 2cm 높은 17.25cm 다. 공 색깔에선 일반 탁구공이 흰색이나 라지볼 탁구공은 오렌지색이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