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는 화보에서 유독 빛나는 배우다. 단발머리 등 짧은 헤어스타일이 ‘찰떡’처럼 잘 어울려 머리를 자르기 위해 고준희의 사진을 스크랩하는 이들도 많다. 고준희가 바른 립스틱이 화제가 된 것도 여러 번이다. 브라운관 활동도 활발했다. ‘그녀는 예뻤다’에서 톡톡 튀는 매력을 선보였고, ‘언터처블’에서는 차가운 욕망을 지닌 역할을 소화했다. 올해 초에는 드라마 ‘빙의’로 장르물에 도전하기도 했다.
지면과 화면을 넘나들며 종횡무진하던 고준희의 발걸음이 멈춘 것은 올해 초다. 버닝썬 관련 루머로 곤욕을 치르며 출연을 앞둔 작품에서 하차하게 된 것이다. 약 8개월간 타의적 휴식기를 가진 그는 최근 배우 박해진이 소속된 마운틴무브먼트와 전속계약을 맺고 복귀를 준비 중이다.
지난 4일 서울 논현로 한 카페에서 만난 고준희는 천천히 차분하게 자신과 자신을 둘러쌓던 말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인터뷰를 앞두고 며칠간 잘 먹지 못하고 자지 못했다”고 말문을 연 고준희는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긴장과 부담감을 풀어나갔다.
고준희가 돌아 본 2019년은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을 겪었던 시간”이자 “성숙해질 수 있었던 시간”이다. 활동이 멈췄을 당시, 더 좋은 일이 생기기 전 잠시 쉬어가기 위함이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보냈다는 것이다.
“2019년은 정말 다사다난했죠. 계획됐던 일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속상하고 답답했어요. 부모님이 속상해하시는 걸 지켜보는 것도 정말 힘들었고요. 예전엔 함께 살면서도 부모님과 얼굴 마주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 일로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더 절실하게 알았어요.”
이번 사건이 자신을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는 고준희는 본격적인 연기 활동에 앞서 봉사활동에 나선다. 고준희는 “기사가 먼저 나가 쑥스럽다”면서도 “항상 머릿속에 있던 일을 실천할 수 있어 기쁘다”며 웃었다.
“새 소속사의 대표님과 봉사에 관한 생각이 굉장히 잘 맞았어요. 덕분에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생각을 실천할 수 있게 됐죠. 예전부터 봉사활동에 대한 생각은 많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어려웠어요. 소속사 식구인 박해진 선배가 계속 봉사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저에게 ‘크게 생각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해주셨어요. 이번에 독거노인을 위한 배식봉사를 한다는 말에 어머니도 굉장히 좋아하셔서, 봉사에 함께 갈 생각이에요.”
다사다난했던 시간을 지나 새로운 사람들과 손잡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 고준희는 2020년을 어떻게 보내고 싶냐는 질문에 “머릿 속으로 생각만 했던 것을 실천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 “이번 인터뷰로 이미 내년의 시동을 걸었다”며 향후 활동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지금은 대중이 배우에게 연기 외에도 여러 가지 것들을 원하는 시대예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계속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만나려고 해요. 여러 생각과 고민이 있지만, 모든 일엔 순서가 있는 만큼 급하지 않게 천천히 우선 순위를 정해서 하나씩 해나가려고 해요. 연기를 좋아해서 배우가 됐어요. 일을 할 때 행복하고 현장에서 즐겁죠.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하고 싶고, 일을 통해 다른 분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