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외투를 구매하기 위해 들어선 명동의 한 의류 매장. 발을 내딛자마자 코끝에 커피 향기가 퍼진다. 1층 매장에는 옷 대신 안락한 분위기의 카페가 먼저 이목을 사로잡는다. 국내 금싸라기 땅의 최고봉인 명동 의류 매장에 제품 대신 웬 커피가 자리 잡았을까. 최근 유통업계는 카페, 문화체험 등 ‘이색 공간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0일 방문한 LF 패션 브랜드 ‘헤지스’(HAZZYS) 명동점. 1층 매장에는 의류 매대보다 넓은 카페 ‘콤마’(comma)가 운영되고 있다. 콤마는 도서 카페다. 직원들이 추천한 도서를 카페에서 읽을 수 있으며, 현장에서 이를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옥상에는 ‘루프탑 가든’이 마련돼 있다. 헤지스 명동점을 방문한 고객이라면 누구나 야외 루프탑 가든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겨울철인 12월에는 운영하지 않으나, 봄 날씨를 만끽할 수 있는 4월부터는 옥상에서 서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 업계 상황도 비슷하다. ‘이도’(YIDO)는 롯데백화점 본점에 위치한 60평형 매장 한가운데 ‘이도 카페’를 운영 중이다. 달콤한 음료와 가지각색 케이크. 이도에 들른 고객은 물론, 롯데백화점 8층 리빙관에 들른 고객들의 발길까지도 붙잡는다. 카페는 이도에서 직접 제작한 식기를 사용하고 있다. 카페에서 음식을 주문한 고객은 이도 제품 체험이 가능하다.
제품보다 ‘쉼터 마련’에 집중한 브랜드도 있다.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 위치한 ‘코오롱스포츠’의 ‘솟솟상회’다. 19평 남짓한 매장 구석에는 협소한 매대가 자리해있다. 판매하는 제품 스타일은 37개(리셀 20개·신상 10개·이월 7개)에 불과하다.
다만, 놀이 문화로 매장을 가득채웠다. 옛날 학교 앞 문구점에서 볼 수 있었던 아케이드 오락기가 매장 중앙에 놓여 있으며, 추억의 뽑기 오락기도 있다.
이색 매장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행수 헤지스 명동점장은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명동에 위치한 매장이기 때문에 외국인도 자주 들르는 편”이라며 “책, 의류, 카페가 모두 함께 어우러진 공간이다 보니 신기해하는 고객이 많다. 처음 방문하시는 고객 분들은 사진을 많이 찍어간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솟솟상회에서 만난 직장인 안지빈(30)씨는 “제품 뿐만 아니라 코오롱의 역사와 가치를 제대로 알게된 기회가 됐다”며 “재밌는 체험거리가 많아 동료와 점심시간에 잠깐 틈을 내 좋은 추억거리를 하나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2019년도 12월, 연말 ‘실적 올리기’에 박차를 가해야 할 유통사들이 이색 공간에 눈을 돌린 이유는 ‘고객 추억만들기’ 때문. LF 관계자는 “고객과 스킨십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매장을 꾸며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프라인 마케팅의 목적이 됐다”며 “가격 경쟁력 있는 온라인 시장과 차별화하기 위해 최근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고 가치를 드러내는 공간 마케팅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고객의 ‘경험관리’가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종 소비 선택은 최근 온라인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할 당시 고려 상품군으로 떠올려지도록 하는 것이 최근 마케팅에서 중요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추억을 쌓고 좋은 체험을 했다면 소비자는 그 브랜드가 여러 브랜드 중의 하나가 아닌 내 브랜드로 인식을 하게 된다”며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맺기가 중요하다. 브랜드에 대한 추억은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당시, 고려 상품군에 포함할 확률을 높아지게 한다”고 덧붙였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