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개별 중소기업이나 기업이 속한 협동조합을 대신해 하도급(납품) 대금을 올려달라고 대기업에 조정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대·중소기업 거래관행 개선 및 상생협력 확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 의하면 중기중앙회는 우선 납품대금 조정신청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조정협의권을 갖는다.
하도급 대금 조정신청제도는 계약 기간에 공급 원가 변동 등으로 하도급 대금 조정이 불가피할 때 수급사업자 또는 조합원이 수급사업자인 협동조합이 원사업자에게 대금 조정 협의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개별 중소기업이나 영세 협동조합이 대기업을 상대로 충분한 협상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있어,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과 조합을 대신해 대기업 등 원사업자와의 대금 조정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소규모 사업자(가맹점 등) 조합의 거래조건 개선을 위한 집단 행위도 원칙적으로 전면 허용된다. 경쟁제한 위험이 적은 조합의 행위까지 '사업자단체금지행위' 규정에 따라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수정 결정을 내렸다.
대기업의 하도급·상생협력법 위반에 대한 중소기업의 손해배상 소송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손해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경우 대기업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법원의 자료제출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이 바뀌기 때문이다.
하도급 관련 중소기업의 권리가 강화되는 동시에 상생협력에 적극적,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대기업에 대한 혜택도 늘어난다. 협력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연하는 상생협력기금의 세액공제(10%) 기한이 당초 올해 말에서 2022년 말까지 연장된다.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이미 이달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기업이 소유한 숙박시설 등 복지 인프라를 협력사와 공유하는 것도 상생협력기금 '현물 출연'으로 인정된다. 정부는 이런 현물출연을 포함해 앞으로 5년간 새로 1조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 조성을 추진한다.
대기업·금융사 등 민간 부문이 자율적으로 창업·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상생형 벤처펀드'도 5조4천억원 마련된다. 포스코(2조원), 신한금융그룹(1조원), 우리은행(2조1천억원) 등이 올해 5∼8월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기업이 보유한 인프라, 상생 프로그램 등을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협력사와 공유하는 자발적 상생협력 기업, 이른바 '자상한' 기업은 동반성장지수 등의 가점, 공항·항만에서 전용 검색대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출입국 우대카드(2년 유효), 금리 우대 등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공공분야 100억원(추정 가격) 이상 건설공사와 관련한 경쟁입찰 방식 하도급 계약에서도 최저가 입찰·낙찰금액 등이 입찰참가자들에 의무 공개된다. 현재 공공분야 건설공사의 발주단계에 적용되는 의무를 원사업자의 하도급 단계까지 확대한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