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보좌관’ 이엘리야가 구겨진 옷을 입은 이유

기사승인 2019-12-18 19:24:17

JTBC 드라마 ‘보좌관’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 윤혜원 역을 맡은 배우 이엘리야는 연기를 위해 노메이크업과 구겨진 옷을 선택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역할의 직업 특성상 자연스러운 모습이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3년 드라마 ‘빠스껫 볼’로 데뷔한 이엘리야는 이후 다수의 작품서 강렬한 캐릭터를 맡아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전작 드라마 ‘황후의 품격’에서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악행도 서슴지 않는 민유라를 연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근 서울 봉은사로 콩by스타쉽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이엘리야는 ‘보좌관’ 속 윤혜원과 닮은 모습으로 등장해 “정말 좋은 제작진, 출연진들과 함께 ‘보좌관’이라는 작품을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가슴 속 잊히지 않는 시 한 구절 같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시즌1 윤혜원은 송희섭(김갑수) 의원실의 6급 비서였지만, 시즌2에선 장태준(이정재) 의원실의 4급 보좌관으로 승진한다. 이엘리야는 보좌관 역할을 준비하기 위해 실제 국회의원 보좌관을 만나 인터뷰하는 한편,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곽정환 PD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캐릭터를 잡아갔다.

“시즌2에서는 보좌관이 된 윤혜원의 주도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려 했어요. 감정적인 부분을 직접 표현하면 안 되는 캐릭터니까, 윤혜원이라는 인물에 몰입해 그가 가진 성격을 충실하게 보여주려 했죠. 사회나 정치 용어가 섞인 대사를 말로 하는 것엔 어려움을 느꼈어요. 실제 보좌관은 전문용어를 일상어처럼 사용할 테니 부자연스럽지 않게 전문용어를 매일 말하는 사람처럼 내뱉기 위해 노력했어요.”

극 중 윤혜원의 패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엘리야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역할에 어울리도록 변화를 준 것이 자신의 본모습과 가까워 연기하기 한결 수월했다는 설명이다. 이엘리야는 “현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드라마에선 화장을 거의 안 했어요. 윤혜원이 일을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내면적인 것은 물론, 외적으로도 변화를 줘야 한다는 곽 PD님의 의견에 저도 동의 했어요. 전작에서는 역할을 위해 화려하게 화장했다면 이번에는 정반대였어요. 도전 아닌 도전이었는데 촬영하는 내내 너무 편하더라고요. 입술 화장도 지워지는 대로 촬영했고, 옷이 구겨져도 그대로 연기했어요. 의상도 실제 제 옷을 자주 입었어요. 새 옷이나 준비한 옷에서 느낄 수 없는 구김과 손때 묻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내외적으로 이전과 다른 도전에 나선 이엘리야는 “나다운 연기를 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대중이 화면에서 보는 이엘리야와 자연인 이엘리야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싶었다는 것이다.

“강하고 화려한 이미지의 역할을 주로 해서 그런지, 길거리를 걸어도 알아보는 분들이 많지 않으셨어요. ‘보좌관’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니 점점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져서 깜짝 놀랐어요. 제가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따라 대중의 반응이나 친근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체감했죠.”

변신과 도전은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이엘리야는 “이번 작품을 통해 정의를 추구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을 연기할 수 있었다”면서 “이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기회가 온 것 같다”며 웃었다.

“‘보좌관’을 작업하면서 세상 편했어요. 안정감을 느끼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행복했죠. 물론 화장한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그런 모습은 작품 외적으로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스로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각오가 돼 있어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킹콩by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