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지난해 말 유통 업체에 대한 실태조사(2018년도 기준) 결과를 발표하면서 36개 업체의 판매수수료와 판매촉진비 등을 공개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발표 당시 납품업체가 대규모 유통 업체와 입점 계약을 맺는 데에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업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일각에서는 ‘주요 온라인몰이 조사에서 누락되는 등 업계 분위기를 실질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온라인몰은 ▲티몬 ▲위메프 ▲지에스샵 ▲롯데아이몰 ▲에이치몰 ▲롯데닷컴 ▲쿠팡 등 7곳이다. 소매업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이거나 소매업에 사용하는 매장면적의 합계가 3000㎡ 이상인 기업에서 조사 대상을 선정했다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다만, 업계는 온라인몰 조사 결과를 공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 입점 중인 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어설픈 기준 탓에 영향력 있는 온라인몰이 조사에서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조사 기준이 된 순매출액은 총 거래액에서 반품된 금액이 차감된 금액”이라면서 “기업이 실제 업계에서 얼마나 영향력 있는 기업인지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온라인 패션 플랫폼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무신사’, ‘W컨셉’, ‘스타일쉐어’ 등은 거래금액으로 매출을 공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거래금액은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한 금액을 말한다.
조사 기준이 된 2018년 무신사는 거래금액 4500억원을 달성했다. 2019년에도는 9000억원을 돌파했으며, 2020년 목표치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W컨셉은 지난해 2000억원의 거래금액을 달성했다. 스타일쉐어와 29CM은 각각 거래액 1000억원을 달성했다.
규제 사각에서 입점 브랜드 고충은 늘고 있다.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앞선 지적에 이어 “무신사 같은 경우 배너 노출 구좌에 따른 명확한 기준이 없다. ‘좋은 구좌를 주겠다’며 할인, 단독상품 등 프로모션 강요가 올해에도 지속될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무신사는 한 MD당 50여개가 넘는 브랜드는 담당한다. 한 MD당 담당하는 브랜드가 많다 보니 구좌 선정은 MD 선호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불리한 조건에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강조했다.
무신사 측은 ‘입점 브랜드의 마케팅 비용 최소화’를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온라인 노출에 대한 가격 기준은 없다. 프로모션 등은 50여명의 MD가 각 패션 브랜드와 협의해 결정되는 사안”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입점 브랜드의 마케팅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사 MD는 노력하고 있다”며 “(입점 브랜드와 더 원활한 소통을 위해) MD를 지속해서 늘릴 방침”이라고 부연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의 단독 상품은 입점 브랜드의 또 다른 골칫거리다. 단독상품이란 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상품모델을 말한다. 단독상품이기 때문에 타 플랫폼에서는 판매하기 어렵다. 문제는 ‘재고’에서 발생한다. 단독 상품으로 제품을 출시할 경우, 판매 후 남는 재고 부담은 고스란히 브랜드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
업계를 실질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공정위 관계자는 ‘행정력의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유통업체 실태조사는 출발단계”라면서 “포괄적으로 조사를 할 여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무신사 등 온라인 패션 플랫폼도 조사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전문가는 더 세분화한 카테고리로 조사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업계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구성돼 있다”며 “조사 목적을 명확하게 한 뒤 조사 카테고리를 업태 별로 나눠 특성에 맞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교수는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몰이라고 해도 그 종류가 다양하다. 복잡한 유통 구조를 단순히 ‘외형 규모’로 구별하기 어렵다”며 “날카롭지 못한 기준은 외려 시장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