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파기환송심에서도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추징금은 줄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22일 오후 2시10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및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최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이는 앞서 항소심에서 구형한 형량과 동일하다. 다만 벌금은 300억원, 추징금은 70억5203만원으로 감액됐다. 대법원에서 삼성그룹에 대한 영재센터 지원 요구 등을 유죄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씨가 적극적·장기적으로 기업에 뇌물을 요구해 수수했다. 뇌물 공여자의 현안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면서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범행을 가장, 은폐하려 했다. 범행 후에도 반성하지 않고 끝까지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 본인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안 전 수석에게는 징역 6년에 벌금 6000만원, 추징금 1790만원 등이 구형됐다. 검찰은 “피고인은 죄질이 불량한 부분도 있지만 뇌물수수 외에는 피고인이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면서 “국정농단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최씨 측은 이날 국정농단 사건 자체가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최씨는 비선실세로서 국정을 농단한 실권자가 아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위한 반대 측의 프레임이었다”며 “최씨는 군중선동에 휘말려 비선실세로 불리고 국정농단 괴물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가 국정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증명된 바가 없다”며 “청와대 문건 등을 본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외일정에 맞춰 옷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미르·K스포츠재단도 안 전 수석의 주도로 설립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공동체라는 검찰의 논리에 대해서도 “일국의 대통령이 아무리 긴밀한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뇌물죄까지 감행하며 상대를 도왔겠느냐”면서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한국 승마 발전에 기여할 것을 요청했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최후진술에서 검찰의 구형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가 아버지인 최태민의 딸이라는 이유 때문에 사건이 더욱 극대화됐다”며 “태블릿PC도 원칙적으로는 제 것이 아니다. 삼성그룹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하는데 어떠한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검찰과 법원 등에서 피의자의 인권 보호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최씨는 지난 2016년 10월 검찰에 첫 출석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포토존이 무너지고 숨이 넘어가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러나 누구 하나도 보호해주지 않아 신발이 벗겨진 채 들어갔다”고 울먹였다. 그는 “언제부터 포토존이 사라지고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없어졌느냐”며 “조국 가족을 그렇게 보호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우리 딸은 학벌이 중졸이 됐고 실력으로 딴 금메달도 매도됐다”면서 “조국의 아들과 딸은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 정경심 사진은 모자이크하고 우리 딸의 얼굴은 왜 공개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이날 재판 중 열이 난다며 휴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 안 전 수석과 공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원사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삼성그룹으로부터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 재단 출연금,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으로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기로 하고 이중 298억2535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018년 8월 최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부 강요 혐의를 무죄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삼성그룹에 대한 영재센터 지원 요구 등을 유죄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최씨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는 다음 달 14일 오후 진행된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