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온천수를 의료기관에서 치료 목적으로 쓴다면 얼마일까

[기자수첩] 온천수를 의료기관에서 치료 목적으로 쓴다면 얼마일까

기사승인 2020-01-23 00:14:00

의료기관에 온천이 들어올 수도 있겠다. 행정안전부가 온천이용시설에 의료기관과 노인의료복지시설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지난해 11월 온천수를 목욕장업, 숙박업 이외에 치료목적으로 의료기관이나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온천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온천수를 치료 목적을 위해 병원에서도 사용가능하도록 해 의료관광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행안부는 충남 아산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의료기관의 온천 사용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건의함에 따라 온천자원의 의료적 활용 범위에 대해 온천협회, 온천학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개정안을 마련했고,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개정을 통해 독일, 프랑스, 체코 등 유럽국가에서 볼 수 있는 온천수를 사용한 의료관관 프로그램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해당 자료를 봤을 때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온천수는 피부와 혈액순환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는 온천수에 칼슘 등이 포함돼 있어 복용하면 몸에 좋다는 소문에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 지자체 홈페이지에 설명된 'B온천'의 경우 무색무취한 53℃의 온천수로 온천욕을 즐기기에 적당할 뿐만 아니라 나트륨, 불소, 칼슘 등 몸에 유익한 각종 성분이 함유되어 만성피부염, 자궁내막염, 부인병, 중풍, 동맥경화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D온천은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온천으로 약알칼리성 온천으로 응봉산 중턱에서 흘러나오는 43℃의 온천수는 신경통, 관절염, 피부병, 근육통 등에 효과가 좋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으로 치료 목적으로 온천수를 사용한다는 것, 그것도 의료기관에서 '치료'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의료기관에 온천수를 치료에 사용한다면 가격은 얼마나 할까. 일반 온천탕 이용료가 1만원 내외인데 의료기관에서 그 금액으로 과연 운영이 가능할까. 

또 다른 의문점은 이러한 내용이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논의가 됐느냐 하는 부분이다. 최소한 ‘의료기관’과 ‘치료’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면 보건복지부와의 논의는 당연해 보인다. 안타깝게도 이 부분을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했다. 복지부의 어느 부서에 확인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은 행안부가 배포한 자료 어디에도 복지부나 의료전문가 단체와 논의를 하겠다는 내용은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다만 자료 참고에 충남 웰니스스파 임상지원센터 운영에서 스파 임상효능 평가를 단국대병원, 천안한방병원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힌 부분은 눈에 띄었는데 우선 추진하고, 사후평가하겠다는 내용으로 보인다.

한가지 더 지적하자면 ‘치료’ 효과가 확인될 경우 건강보험 급여를 해 줄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해 건강보험 보장률 높이겠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온천수’에 치료효과를 담아 비급여를 늘리겠다는 행안부의 행보를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2009년 정부는 지역특구법 시행규칙 제정안을 통해 의료특구내 의료법인이 부대사업으로 노인복지시설, 건강식품 제조·수입·판매업, 사설 화장장 및 사설 납골시설, 장례예식장업, 목욕장업, 보양온천, 의료기관 부설주차장 등을 할 수 있도록 추진했다. 또 2014년에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으로 ‘목욕장업’을 포함시켰다. 

이제는 목욕장업이 가능해졌으니 의료기관에서 온천수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하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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