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유통업계의 명절 풍경도 바뀌고 있다. 명절을 간소하게 보내는 가정이 늘면서 제수용 과일이나 값비싼 선물 대신, 실용적이고 간편한 제품이 명절 시장에 빠르게 침투 중이다. 특히 편리함이 곧 프리미엄이라는 ‘편리미엄’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HMR(가정간편식)과 혼명족 도시락 등 이색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설 명절 나홀로족을 겨냥해 사골떡만두국 도시락을 출시했다. 소스와 물을 붓고 렌지만 사용하면 떡만두국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설 연휴 기간을 겨냥해 ‘한상도시락’, ‘사골왕만두한그릇’, ‘오색잡채’, ‘소반 사골떡국’ 등 간편식 상품 4종을 출시했다. GS25도 설 연휴 한정 ‘정성가득 12찬 도시락’을 선보였다.
이들이 명절을 겨냥한 도시락을 출시하는 이유는 1인 가구의 증가 뿐 아니라, 귀향을 하지 않고 편의점에서 명절 먹거리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가구특별추계 : 2017~2047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인 가구수는 598만7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29.8%를 차지했다. 이는 2017년 대비 40만4000가구가 증가하고, 비중 역시 1.2% 중가 한 수치다. 이처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명절에 귀향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본가에 살지 않는 직장인 640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귀향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가 귀향 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기혼 직장인의 74%가 귀향 계획이 있다고 답한 반면 미혼 직장인의 경우 57.3%가 귀향 계획을 밝혔다. 1인 가구가 미혼직장인임을 감안하면, 42.7%가 귀향 계획이 없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편의점 매출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최근 2년간 설과 추석 연휴의 도시락 매출을 살펴 본 결과에 따르면, 전년 대비 2018년 25.9%, 2019년 23.5%로 매년 신장하고 있다. 이마트24 역시 최근 3년 설연휴 3일 동안의 도시락 등 간편 먹거리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18년 46.3%, 2019년 48.8%로 지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같은 기간 상권별 매출은, 일반주택가 점포 매출이 가장 높았고, 독신주택가가 그 뒤를 이었다”면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명절 먹거리를 구입하거나 혼자서 명절을 보내는 고객들의 근거리 편의점 이용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소포장으로 구성한 올반 찜류 가정간편식 2종을 내놨다. 동원F&B는 설 명절을 맞아 왕교자 만두에 ‘양반김’을 넣어 고소한 맛을 살린 ‘개성 김만두’를 출시했다. 도드람은 자사 HMR 제품으로 구성한 명절용 간편식 선물세트 ‘가공프리미엄세트’, ‘가공알찬세트’를 마련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절음식은 가정간편식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라며 “인구 감소, 1인 가구 증가가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만큼, 업계의 관련 상품군 역시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