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프라이부르크)의 도쿄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한국 축구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로써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대회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한국은 이날 어려운 경기를 했다. 전반 좋은 기회를 수차례 잡았지만 변변한 유효 슈팅 하나 만들어내지 못했다. 공격 선봉에 섰던 정우영의 활약이 특히 아쉬웠다.
독일 명분 바이에른 뮌헨에서 성장한 정우영은 이번 대회 소집과 함께 등번호 7번을 받으며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가 보인 활약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조별리그 1차전 중국전에 교체 투입된 정우영은 2차전, 3차전에 모두 선발로 출전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돌파는 번번이 막혔고 동료와의 호흡도 좋지 않았다. 이에 김 감독은 정우영을 8강전과 4강전에 모두 기용하지 않았다.
사우디와의 이날 경기에 선발로 기용되며 명예회복의 기회를 받았지만 또 한 번 실망감만 안겼다. 전반 39분 골키퍼와의 일대일 기회를 허무하게 놓쳤고, 42분에는 빈 골대를 향해 강한 슈팅을 때렸지만 높게 뜨고 말았다. 이를 지켜본 김 감독은 불같이 화를 냈다.
결국 정우영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됐다.
이번 대회에서 보인 아쉬운 기량으로 도쿄행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올림픽의 최종 엔트리는 18명이다. 이 가운데 2명은 골키퍼, 16명은 필드 플레이어로 구성된다. 나이 제한 없이 뽑을 수 있는 와일드카드 3명을 포함한다면 U-23 대표팀 가운데 도쿄에서 뛸 수 있는 선수는 15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번 대회에 나선 23명 가운데 8명은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번 대회에 소집되지 못한 유럽파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다름슈타트)의 합류도 고려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정우영은 잠재력을 가진 선수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기회를 부여 받지 못하며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정우영을 도쿄에 데려가기엔 위험 부담이 따른다. 김대원 등이 좋은 모습을 보인 만큼, 이들에게로 마음이 기울었을 가능성이 높다. 현 시점에서 정우영의 도쿄행이 어려워진 건 분명해 보인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