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과 백승호도 경쟁 대상이다.”
U-23(23세 이하) 축구 대표팀을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정상에 올린 김학범 감독이 이제는 올림픽을 향한 여정에 돌입한다.
김 감독은 3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먼저 프로팀 관계자들, 감독님들한테 고맙다고 인사드리고 싶다. 훈련 차출 등 여러 부분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셨다. 선수 소집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감독은 호주와의 4강전이 고비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면 피 말리는 3~4위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제일 부담이 많이 되고 긴장했던 경기였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로테이션을 꾸준히 가동해 주목 받았다.
그는 “대회 전 태국에서 3주간 전지훈련 하면서 날씨를 극복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느꼈다. 그래서 로테이션을 하게 됐다. 이게 되려면 어떤 선수가 들어가도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전력이 노출되는 단점이 있지만 자신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로테이션을 돌릴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도쿄는 또 다른 대회다. 어떤 팀을 상대하느냐, 어떤 선수를 우리가 활용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다만 도쿄 날씨는 고온 다습할 것이다. 그런 부분은 십분 감안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김 감독은 “좀 더 빨라져야 할 것 같다. 움직임과 패스의 속도를 높여야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 조직적으로 수비가 흔들리는 모습도 있었다”며 개선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올림픽에는 23세 이상의 ‘와일드 카드’를 세 장까지 사용할 수 있다. 그는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겠다. 마음에 안 들었던 포지션을 지금 공개할 수는 없다”며 “진짜 팀에서 필요로 하는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말만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메달 획득 가능성에 대해서는 “올림픽도 이번 대회와 다르지 않다. 서로 믿는다면 연령별 대회이기에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그리고 우리의 홈이나 마찬가지인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다. 일본보다는 위에 있고 싶다. 당연히 동메달 이상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픈 손가락에 해당하는 선수가 있느냐는 질의에는 “23명의 선수 중 골키퍼 2명만 경기 출전하지 못 했다. 제일 미안하고 고맙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굉장히 훈련을 열심히 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대회에는 유럽에서 뛰는 백승호(다름슈타트)와 이강인(발렌시아)이 승선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팀에서 굉장히 필요로 하는 선수들이다. 협회도, 나도 구단과 다방면으로 접촉했다. 얘기는 잘 진행됐지만 결과적으로 합류는 못 했다. 얘기가 오가는 과정에서 구단과 관계가 좋게 흘러갔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본선 합류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도 “유럽에서 뛰는 선수라고 해서 선발될 거라는 보장은 아무도 못 해준다. 국내 선수들보다 기량적으로 모든 면에서 앞서있어야 들어올 수 있다. 능력이 있어야 하고,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다. 경쟁은 똑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친 정우영(뮌헨)에 대해서는 “내가 전에 독일에 가서 직접 봤을 때 국내 선수들이 못 하는 동작들을 많이 했다. 이런 부분들을 살려내면 팀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에 비해 경기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소속팀에서 경기를 못 뛴 부분과 유럽파로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이 돼 자기 자신을 눌러버린 것 같다. 이런 고민이 해소되면 더 가벼운 동작이 나올 것이다. 많은 걸 가진 선수”라고 제자를 감쌌다. 이어 “어젯밤에 기사를 보니 프라이부르크(1군)에서 뮌헨(2군)으로 임대됐던데 본인이 더 편하게 뛸 수 있는 쪽으로 간 것 같다.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종로ㅣ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