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절반도 안 돼, 사람들 싹 빠졌어”
30일 점심께 서울 중구의 명동 거리. 평소 북적거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횅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자취를 감춘 탓이다. 평소 명동은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가 즐겨 찾는 관광 명소다. 이에 최근엔 내국인 방문객들도 명동 외출을 꺼리고 있다. 이곳에서 20년간 분식 매점을 운영했다는 상인 장모 씨는 “중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면서 “한국인들의 발길도 줄었다”라고 토로했다.
간간이 일본인 관광객의 이야기 소리만 들릴 뿐, 양손에 캐리어를 들고 쇼핑을 하던 중국 관광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평소 매장 앞에서 관광객을 안내하던 직원들은 마스크를 낀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몇몇 매장에선 소독제를 분무기에 담아 뿌리며 바닥을 닦는데 열중했다. 근처 직장인과 주민들은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종종걸음으로 명동 거리를 지나쳤다. 보통 점심시간 사람들로 꽉 차던 명동의 식당과 카페도 조용한 모습이었다.
카페에서 만난 직장인 전모 씨는 “아무래도 중국인이 근처에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쓰이지 않겠나”라며 “커피는 테이크아웃으로 매장 대신 사무실에서 마실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명동 초입에서 말을 붙였던 한 직장인 무리도 “회사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면서 “회사가 명동 인근인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앞으로가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입국해 남아있던 중국인 등 해외 관광객들마저 출국을 시작하면 앞으로 더 횅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명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중국인이 많이 오길 바랄 수도 없고, 참 난감한 상황”이라며 “체감상 메르스 당시보다 어렵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매출이 떨어지면 명동에서 얼마나 더 가게를 이어갈 수 있을지 암담하다”라고 하소연했다.
비슷한 시각 인근 롯데면세점 본점의 상황도 예전 같지 않았다. 면세점은 고객의 70%가 중국인일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곳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이른 아침부터 면세점 오픈을 기다리며 줄지어 있던 중국 보따리 상인(따이공)의 모습도 자취를 감췄다. 이들이 춘절기간 귀성길에 오르는 상황을 감안해도 평소보다 더 줄었다는 것이 인근 상인들의 말이다.
실제로 내부는 이달 초 유커가 방문해 매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던 것과 비교해 턱없이 조용했다. 기자의 질문에 한 매장 직원은 “바이러스의 영향이 없다곤 할 수 없다”라고 짧게 답했다. 매장 내 직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관광객을 맞이했다. 안내 데스크에서 손 소독제를 바르는 관광객들의 모습도 마주칠 수 있었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국내 모든 지점 직원을 대상으로 1∼2개월간의 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실제로 면세업계는 신종 코로나로 직격탄를 맞은 상황이다. 현재 중국 당국은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내와 해외 단체관광을 모두 중단했다. 업계는 과거 사스‧메르스 사태가 재현될까 마음을 졸인다. 앞서 2003년 4월 사스가 번졌을 당시, 롯데면세점은 한 달 동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동기간 신라면세점 역시 25%가량 떨어졌다.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빨라, ‘사스’ 사태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대면 기피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라며 “명동과 동대문 등 중국인 관광 지역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식당이나 카페 상점 등의 지역 자영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메르스 확산 당시에도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을 것으로 안다”라고 우려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